Principal 1.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1.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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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유쾌한 월드클래스 친구들이 왔다!”

라인프렌즈 오리지널 캐릭터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시리즈 1

브라운과 친구들이 들려주는

대책 없이 사랑스럽고 유쾌한 소설 시리즈!

첫 번째, 브라운 이야기

‘마음은 얼마나 준비가 되었을 때 전해야 할까?’

최고의 친구 브라운의

진심을 전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 도서 소개

소설 주인공이 된 브라운과 친구들!

캐릭터와 오리지널 스토리의 찹쌀떡 만남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라인프렌즈(LINE FRIENDS)’의 오리지널 캐릭터 ‘브라운앤프렌즈’ 친구들의 스토리북 시리즈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2011년, 메신저 ‘라인(LINE)’에서 등장한 캐릭터 ‘브라운앤프렌즈’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글로벌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시리즈는 연작소설 형태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되어 펼치는 생동감 넘치는 에피소드를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된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은 우리의 일상적 고민과 웃음을 담아내며, 캐릭터와 이야기가 만나 만들어내는 특별한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

마음은 얼마나 준비가 되었을 때 전해야 할까?

최고의 친구 브라운의 진심을 전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라인타운 최고의 믿음직한 친구 브라운은 좀처럼 생각을 읽기 힘든 포커페이스에, 얼핏 무뚝뚝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세심한 성격을 지녔다. 쫑긋 세운 두 귀로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브라운이지만 한편으론 은근히 어설픈 허당이기도 하다. 과연 브라운은 완벽한 고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거절하는 법 배우기, 남모를 두려움 극복하기, 지루한 이미지 벗어나기, 버려진 캠핑카 수리하기까지 쉴 틈 없는 브라운의 진솔한 이야기를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속 아홉 편의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로 만나보자.

브라운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작은 머뭇거림 속에 담겨 있는 진심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왁자지껄 친구들의 중심에는 언제나처럼 무심한 듯 다정한 브라운이 있다. 사려 깊은 눈동자와 조용히 들어주는 귀로,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무표정으로, 보드라운 푸근함으로 브라운은 그 존재만으로 모두를 한없이 품어준다. 비록 브라운 자신은 사소한 일들 앞에서 머뭇거리고 고민에 빠지기 일쑤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브라운의 일상적 머뭇거림은 진심에 한 번 더 가닿기 위한 몸부림이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하고, 친구들을 위해 어렵게 준비한 선물 앞에서도 자신 있게 나서지 못하며, 코니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도 쉽사리 고백하지 못해 ‘아직이야!’를 되뇌며 망설이고, 라인타운에 버려져 잊혀가는 캠핑카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브라운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건 그 신중함에서 전해지는 진심 때문이다. 너무 쉽게 답을 찾으려 하고 확신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브라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잠시나마 가던 길을 멈추고 머뭇거릴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한다. 우리 또한 누군가에게 브라운처럼 진심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 시리즈 소개

라인프렌즈 오리지널 캐릭터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시리즈 (전 5권)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시리즈’는 다섯 권으로 출간된다. 최고의 친구 브라운의 진심을 전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담은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과 엉뚱 발랄한 샐리의 깜찍한 반전 라이프 『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만들고픈 사랑스러운 열정 부자 코니의 『코니의 소중한 기억』, 도도한 패셔니스타 초코의 달콤 쌉싸름한 성장기 『초코의 달콤한 상상』, 브라운과 열 명의 라인타운 친구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어 펼쳐 보이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가득한 『브라운과 친구들』까지, 라인프렌즈를 대표하는 캐릭터들의 각양각색 스토리를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전 5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

시인, 소설가, 방송작가, 극작가 등 캐릭터 못지않게 개성 넘치는 신예 작가들의 손끝에서 완성된 톡톡 튀는 스토리에 매력적인 일러스트가 함께 어우러져 보는 즐거움과 소장가치를 더해준다.

다섯 권의 책은 모두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감상해도 충분한 재미가 있지만, 시리즈의 모든 책을 읽었을 때 서로의 이야기가 연결되는 또 다른 숨겨진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진로와 워라밸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을 나누면서도 라인타운이라는 행복한 동화 속 세상을 살아가는 브라운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재미있고 따뜻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여운을 더해줄 것이다.

1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이정석 지음

2 『샐리의 비밀스러운 밤』 김아로미 지음

3 『코니의 소중한 기억』 김은지 지음

4 『초코의 달콤한 상상』 김호애 지음

5 『브라운과 친구들』 김은지, 김아로미 지음



◎ 책 속으로

“브라운,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다 알아?”

코니의 들뜬 목소리에 브라운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짓는다.

‘그저 네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아.’

‘듣다 보면 네 기분을 따라가게 돼.’

‘그렇게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웃게 돼.’

_p. 12 「프롤로그_네 마음이 들려」

‘조금 부끄러운걸.’

친구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브라운의 입꼬리가 쑥스러운 듯 살짝 말려 올라갔다.

브라운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말주변이 없다 보니,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어떤 걸 도와주면 좋아할지 같은 것들.

_p. 35 「브라운, 최고의 친구」

“편의점은 24시간 아니야? 왜 문을 닫아?”

브라운은 문을 닫고 팻말을 걸었다.

팻말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충전 중’

‘코니.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그저 충전을 해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24시간 잠들지 않는 편의점도 잠깐은 충전을 하니까.’

_pp. 104-105 「잠이 오지 않는 밤엔」

브라운의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초코는 TV와 브라운을 번갈아보더니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몇 번 가로젓고는 방으로 홱 들어가버렸다. 샐리는 브라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거…… 왜 산 거야, 브라운?”

브라운은 샐리 앞에 스윽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엔 ‘매니저 문’이라고 적혀 있었다.

“설마, 문한테서 TV를 산 거야?”

브라운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난처한 표정으로 샐리를 바라봤다.

‘거절은 너무 어렵단 말야!’

_p. 116 「거절은 어려워」

브라운은 심장을 두들기는 소리의 원인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코니였다.

‘코니 때문에 나는 소리였어.’

콩닥거림의 원인을 알게 된 브라운은 코니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브라운은 성큼성큼 코니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코니네 집 앞에 선 순간 드럼 연주가 절정에 다다르더니 돌연 거짓말처럼 멈췄다. 마음속에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다.

‘갑자기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왜’ 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는 게 좋을까.’

_pp. 139-141 「준비되지 않은 고백」

브라운은 샐리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친구들에게 명확히 말해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았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어릴 적 산타클로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조차 ‘산타가 주고 싶은 거라면 뭐든’이라고 대답했던 브라운이었다.

_p. 167 「브라운에게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Categorias:
Ano:
2020
Editora:
아르테
Idioma:
korean
Páginas:
224
ISBN 10:
8950986795
ISBN 13:
9788950986797
Arqui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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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M
can you add more Korean novel??? :)
17 January 2021 (10:46) 
skyalaph
Love it! Do you have more of this? Thank you!!!
06 February 2021 (23:05) 
Kasielyun123
Please upload the english version
11 May 20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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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e Medieval Longsword (Osprey Weapon 48)

년:
2020
언어:
english
파일:
PDF, 19.23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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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arrier Boys, Volume 2

년:
2017
언어:
english
파일:
EPUB, 18.96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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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생각을 읽기 힘든 포커페이스인 브라운은 얼핏 무뚝뚝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따뜻하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다. 말수는 적지만 쫑긋 세운 두 귀로 항상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친구들의 일이라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브라운 곁에는 언제나 친구들이 있다. 동생 초코에겐 무심한 듯 다정한 오빠, 여자친구 코니에겐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 샐리에겐 제일 든든한 친구다. 때때로 저지르는 어설픈 실수까지 사랑스러운 것은 그만의 매력이다.





귀여운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는 대쪽 같은 성격부터 기원을 알 수 없는 괴력까지, 무한 반전 매력의 소유자. 브라운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샐리가 있다. 늘 엉뚱하고 제멋대로지만, 뜻밖에 속 깊은 배려로 친구들을 감동시킨다.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코니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과 고민, 새로운 아이디어로 쉴 틈이 없다. 언제나 감정에 솔직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분위기 메이커. 브라운과의 식을 줄 모르는 애정을 자랑하는 사랑꾼이다.





시크한 패션 아이콘이자 SNS 스타. 리본은 초코만의 트레이드마크다. 무표정해서 도도해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지만 알고 보면 애교쟁이에 여린 마음을 지녔다. 트렌드에 따라 꿈도, 하고 싶은 것도 시즌별로 바뀐다.





재치와 장난기가 넘치는 문 주변에는 항상 재미있는 일이 끊이질 않는다.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친화력이 뛰어나다.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감성이 충만한 레너드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지만 끈기가 살짝 부족하다.





자기애가 충만해 자신의 멋진 모습에 감탄하곤 하지만, 보기보다 섬세하고 여린 감성을 지니고 있다. 으리으리한 성 같은 집에 산다.





호탕한 허당맨 보스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가슴속에는 열정이 불타고 있다. 뜬금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똑 부러지고 어른스러워 종종 친구들의 고민 상담을 해주는 제시카는 코니와 초코의 단짝 친구다.





호기심이 많은 만큼 아는 것도 많은 책벌레 에드워드는 평소엔 조용하지만 알고 보면 스피드광이자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다.





느긋한 성격에 허술한 면도 많은 팡요지만, 기계를 다루는 재주만큼은 뛰어나다. 초코와는 어릴 적부터 친구다.





prologue

네 마음이 들려





‘앗!’

늦은 저녁 갑작스러운 비구름을 대비하지 못한 코니는 떨어지는 빗방울에 시무룩해졌다.

그때 코니 앞에 든든한 둥근 그림자가 나타났다.

브라운이었다.

비 맞는 건 싫어하지만 빗방울을 보는 건 좋아하는 코니를 위해 투명 우산을 들고 브라운이 서 있었다.





“브라운,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다 알아?”

코니의 들뜬 목소리에 브라운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짓는다.

‘그저 네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아.’

‘듣다 보면 네 기분을 따라가게 돼.’

‘그렇게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웃게 돼.’





라인타운 친구들에게 작은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면 브라운은 언제나 나타났다.

누구보다 빨리, 그러면서도 아주 조용히.



무표정한 얼굴과 생각을 읽기 어려운 검고 진한 눈동자. 언제나 한가로워 보이는 동글동글한 몸. 도통 입을 열지 않는 과묵한 성격.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걸까?

무슨 고민이 있는 건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아무 생각이 없는 걸까?

하지만 친구들은 알고 있다. 브라운의 마음 레이더는 24시간 가동 중이라는 걸.





브라운의 작고 둥근 귀가 웬만해선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씰룩거리기 시작하더니 쫑긋 섰다. 브라운의 두 귀는 누군가가 얼마나 기쁘고 얼마나 슬픈지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닌지, 마음을 살피고 감지하는 레이더였다.

지금 어느 때보다 브라운의 두 귀가 쫑긋 서 있다.

친구들의 마음을 듣고 싶어서.

묵묵히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서.





“세상에!!”

날카로운 고성이 고요한 카페의 정적을 깨뜨렸다. 요란스러운 소란을 일으킨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제임스였다. 제임스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카페 벽면에 줄지어 걸려 있는 (제임스가 자신의 얼굴을 감상하기 위해 걸어둔) 거울들이 파르르 진동을 일으킬 정도였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놀란 코; 니와 샐리, 그리고 초코는 제임스 곁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인지 걱정이 되면서도 또 제임스의 오버 액션일 가능성이 의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었다.

며칠 전에도 제임스는 당장 세상이 멸망하기라도 할 듯 비명을 질러대서 카페에 있던 손님들 모두를 공포에 질리게 했다. 그중에서도 레너드는 너무 놀란 나머지 딸꾹질을 시작했는데 안타깝게도 그 딸꾹질은 아직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거대한 (딸꾹) 캐 (딸꾹) 스터네츠가 된 (딸꾹) 기분이야. 좋 (딸꾹) 아······.”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레너드의 모습이 오히려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레너드를 캐스터네츠로 강제 변신시킨 비명의 이유는 작은 뾰루지였다. 제임스는 자신의 오똑한 코 옆에 봉긋 솟아난 뾰루지를 우주 전쟁과 동급의 재앙이라고 여겼다. 그러곤 그 뾰루지가 없어질 때까지 일절 외출을 하지 않겠다며 며칠 동안 카페 문도 열지 않았다.





“누가 와서 내 뺨 좀 꼬집어봐!”

이번에는 대체 무엇 때문에 호들갑인지 친구들은 점점 궁금해졌다. 하지만 샐리만큼은 제임스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번에도 별일 아니라면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에서 불주먹 맛을 보여주리라고 다짐하며 샐리는 오른손을 동그랗게 말아 쥐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놀랄 만한 무언가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샐리와 코니, 그리고 초코는 제임스가 손짓으로 가리키는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눈부신 광채에 잠시 시야가 흐려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에는 탁자와 소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가구라는 말로 부르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마치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보고 있는 기분이야.”

코니는 눈앞에 놓인 탁자의 은은하면서도 신비로운 색감에 흠뻑 빠져들었다. 하루 종일 이 탁자를 구경해도 좋을 것 같았다.

샐리는 이토록 현대적인 감각과 실용성까지 겸비한 이 완벽한 물건이 왜 샐리의 집이 아닌 제임스의 카페에 놓여 있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친구들이 비난하지만 않는다면 제임스에게 정정당당하게 팔씨름을 제안해 승리의 전리품으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트렌드를 잘 아는 누군가가 만든 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세련되고 엘레강스할 수 없어.’

초코는 재빨리 이렇게 판단했다.



제임스는 친구들이 탁자 감상에 심취해 있는 사이, 무심결에 소파에 손을 댔다가 현기증이 난 듯 휘청거렸다.

“얘들아. 이 촉감 좀 봐. 이건 이 세상 작품이 아니라고!”

라인타운의 오버 액션맨 허풍왕 제임스였지만 이 예술적인 가구에 대해서만큼은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코니는 소파에 앉자마자 폭신한 팬케이크를 깔고 앉은 줄 알고 깜짝 놀라서 엉덩이를 재빨리 확인해야 했다. 휘핑크림과 메이플시럽처럼 부드러운 감촉에 코니는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경험을 했다.





샐리는 소파에 기대앉아 쿠션을 끌어안고 두 눈을 감았다. 전날 밤샘의 피로가 싹 풀리고 새 몸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초코는 소파에 앉아보기 앞서 먼저 소파의 제품명과 품번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어디서도 제품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 대량생산한 공산품이 아니란 뜻이었다.

‘한정판 중의 한정판. 원 앤 온리라니.’

초코는 재빠르게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했다.

#수제가구 #장인 #갓띵작 #완벽함을_나무로_만들면



제임스, 코니, 샐리 그리고 초코는 한참이 지난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곤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했다. 대체 이 완벽한 선물을 누가 가져다 놓은 걸까,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였다.



“제임스, 가구를 주문해놓고 까먹은 거 아냐? 아님 자랑하려고 모른 척하고 있는 건?”

샐리가 제임스를 의심했다. 하지만 제임스 쪽에서도 샐리를 지목했다.

“샐리, 혹시 나를 위한 선물을 갖다 놓고 부끄러운 거라면 솔직하게 말해도 좋아. 저번에 내 신메뉴였던 핸섬 제임스 컵케이크를 뭉개버린 게 미안했던 거지?”

“미안하지만 그게 미안했던 적은 한 번도 없어.”



이후에도 초코의 SNS 홍보 효과를 노린 협찬 상품일 것이다, 카페 인테리어에 불만을 느낀 손님(카페의 딱딱한 의자 때문에 엉덩이 근육이 뭉쳤다고 주장한 보스가 유력)이 직접 가구를 구해온 것이다, 공짜 선물인 것처럼 홀려 놓은 뒤 몇 달 뒤에 엄청난 액수의 청구서를 들이미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등등 합리적이면서도 심상찮은 추론들이 이어졌다.

코니는 탁자의 부드러운 모서리를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엄청난 장인이 만든 작품인 것은 확실했다. 잠시 뒤, 코니는 자신이 알고 있는 황금손의 주인을 떠올렸다.

“맙소사, 브라운. 정답은 브라운이야.”



“브라운? 브라운이 이걸 만들었다고?”

의아해하는 분위기 속에서 코니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브라운의 황금손에 대한 일화를 풀기 시작했다.

“저번에 브라운이랑 수박을 먹고 있었는데 말야.”

코니는 브라운이 현란하게 조각칼을 움직여 수박껍질을 가지고 연꽃을 만들어낸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브라운은 포만감에 졸고 있었음에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연꽃을 조각해냈다는 것이었다.

초코는 자신의 SNS를 뒤져 어린 시절 브라운이 스케치북에 종종 그리던 그림들을 보여줬다. 브라운은 한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종달새 한 마리가 브라운이 그린 숲속 풍경을 실제 숲으로 착각해 그림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지는 걸 보고는 더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했다.



“브라운이 그렇게 놀라운 황금손을 가진 능력자라면 왜 맨날 한가한 거야?”

레너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면 여기저기서 스카웃하려고 아우성이어야 마땅할 텐데 브라운은······ 늘 한가해 보였다.

제임스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사실은 말야. 브라운의 다재다능함을 알고 오라는 회사가 많았대. 근데······”

“근데······?”

“몸이 하나라서 못 갔대. 그중에서 한 회사를 선택하자니 다른 회사한테 너무 미안해서 결국 아무 데도 못 갔대.”

믿을 순 없지만, 확실히 브라운다운 선택이긴 했다.



“영화 같은 데에선 말야, 브라운처럼 다재다능하지만 한가로워 보이는 등장인물이 꼭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있어. 혹시 모르지, 브라운이 슈퍼히어로거나 비밀 요원일지······?”

초코는 누워서 휴대폰을 보다가 이만 자려고 할 때 브라운이 딱 나타나 방의 불을 꺼주었던 일을 떠올렸다.





‘혹시 우리 오빠가 슈퍼히어로······?’

이런 초코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코니가 말했다.

“가끔은 브라운에게 정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 예를 들면······ 마음을 읽는 능력.”

코니는 브라운이 보고 싶을 때나, 필요할 때면 신기하게도 이미 곁에 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많았다. 게다가 손에는 항상 코니가 좋아하는 달콤한 디저트가 들려 있곤 했다.

“그러고 보면 브라운과 거의 통화를 한 적이 없어. 필요할 때 항상 브라운은 옆에 있었으니까.”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는······?”

친구들은 점점 브라운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던 브라운의 존재가 일순간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신나게 떠들다 출출해진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탁자 위에 놓인 호두파이와 마카롱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동시에 모두 머리끝이 쭈뼛하는 걸 느꼈다.

“이 엄청나게 맛있는 호두파이와 마카롱······ 대체 언제부터 있던 거지?”

카페 안이 침묵으로 조용해졌다. 코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 ?”

친구들이 주방 쪽을 돌아봤을 때, 그곳에 브라운이 우뚝 서 있었다.

주문한 적도 없는 간식을 친구들이 출출해할 시간에 정확히 맞춰, 그것도 아주 조용히 가져다주는 그런 믿을 수 없는 친구는 브라운뿐이었다.



“브라운! 넌 정말 멋진 미스터리야.”

코니가 브라운을 향해 애정이 듬뿍 담긴 하트 사인을 보냈다.

“내 고급스러운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하다니, 브라운 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는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브라운, 내가 지금 갖고 싶은 선물을 텔레파시로 보냈어. 잘할 수 있지?”

샐리는 브라운의 또 다른 능력을 기대하게 됐다.

‘언젠가 오빠가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될 때를 대비해 쇼핑을 가야겠다.’

초코는 어디론가 바삐 사라졌다.



‘조금 부끄러운걸.’

친구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브라운의 입꼬리가 쑥스러운 듯 살짝 말려 올라갔다.

브라운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말주변이 없다 보니,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친구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어떤 걸 도와주면 좋아할지 같은 것들. 제임스의 카페에 선물한 가구도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코니는 일을 마친 후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지만 카페를 다녀온 코니는 언제나 허리가 아픈 듯 통통 두드리며 스트레칭을 하곤 했다. 노트북을 자주 들고 다니는 샐리에게는 높이가 적당하고 널찍한 탁자가 필요해 보였다. 거기에 초코의 SNS를 참고해 요즘 유행하는 감성 넘치는 카페 인테리어를 공부했고, 제임스가 좋아하는 색깔의 쿠션으로 포인트를 줬던 것이었다. 브라운은 친구들의 그런 바람을 모아 작은 선물을 준비했을 뿐인데 친구들의 극찬이 과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친구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두루 만족시키기 위해, 직접 라인타운 최고의 목수를 찾아가 훈련을 받느라 몇 달 동안 온몸이 삐걱거릴 정도의 작은 고생을 하긴 했다. 이왕 만드는 김에 더 좋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에, 북유럽에서 공수한 최고급 원목과 동물 보호를 위해 개발된 원단을 구하느라 몇 배의 예산 초과를 감당하긴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는 게 더 나았을지도.’

잠깐 후회가 들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만족해하는 친구들을 본 브라운은 뿌듯했다.





브라운은 친구들과 나란히 소파에 앉아 평소처럼 가만히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대화의 주제가 바로 자신이라는 것만이 평소와 조금 달랐다.

“다음엔 브라운에게 뭘 만들어달라고 할까?”

“나랑 타임머신을 만들어보지 않겠나, 친구.”

“브라운, 만약 정체를 숨기고 있는 거라면 나에겐 비밀 사인을 줘도 좋아. 알아들었으면 눈을 두 번 깜빡여.”

“브라운의 목표는 뭘까? 세계 평화?”

친구들의 소란스러운 수다를 들으며 브라운은 조용히 생각했다.

황금손, 슈퍼히어로, 비밀 요원 등 친구들 덕분에 생각지 못한 타이틀이 생겨버렸지만 브라운이 진짜 갖고 싶은 타이틀은 하나뿐이었다.

최고의 친구.





조금 더 많이 들어주고, 더 자주 같이 있어주고, 무엇이든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기 위해서 브라운은 오늘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찾아갈 것이다.





“코니가 안 나오다니?”

영화관에서 티켓을 뽑아온 보스는 무척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초코, 샐리, 제임스, 문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브라운을 쳐다봤다. 하지만 브라운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모임장이 모임에 빠지다니,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라인타운에는 여러 소모임이 있고, 친구들은 저마다 모임장을 맡고 있다. 그중 ‘별이 다섯 개’라는 영화 모임의 모임장 코니는 무척이나 열성적이었다. 그런 코니가 말도 없이 모임에 빠졌다는 사실을 다들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가장 난처한 건 브라운이었다. 코니는 ‘별이 다섯 개’ 모임장인 동시에 라인타운에 있는 일곱 개의 소모임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브라운은 코니가 나오지 않는 이유를 여섯 번은 더 설명해야 할 것이었다.



브라운은 코니의 설득에 이끌려 일곱 개의 소모임을 함께하고 있었다. 제일 먼저 가입한 모임은 코니가 좋아하는 맛있는 파스타를 먹으러 다니기 위한 ‘파스타 사냥단’이었다.

다음으로는 파스타를 먹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해서 가입한 볼링과 탁구를 사랑하는 모임, ‘큰 공과 작은 공’.

모험심을 길러야 큰일도 한다는 말에 이끌려 가입한 암벽등반 모임, ‘히말라야’.

손을 많이 써야 창의력이 늘어난다, 북유럽에선 다 그렇게 한다는 말에 충동적으로 가입한 도자기를 굽는 모임,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빡빡한 모임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휴식 한 스푼이 필요하다며 가입한 디저트 모임 ‘빵지순례’까지.



하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코니는 며칠째 집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브라운은 코니가 걱정됐다. 누군가 일부러 색칠해 놓은 듯 청명한 하늘의 여름날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여름의 활기를 더해줄 코니는 통 보이지 않았다.



브라운은 활기찬 코니를 닮은 해바라기를 가져가 코니의 창문 밖에서 흔들어보았다. 모임 활동을 좋아하는 코니를 위해 탁구채를 흔들어보기도 했으며, 빵지순례에서 직접 만든 수제 레몬에이드와 우유빙수를 들고 가 유혹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빙수는 코니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이내 녹아버렸다.





코니는 커튼을 살짝 들춰선 빼꼼 얼굴을 반만 내민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브라운은 그런 코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오늘도 코니는 울적해 보여.’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던 코니가 이렇게나 울적해할 수 있다니. 브라운은 걱정이 한층 깊어졌다.



다음 날 브라운은 어쩔 수 없이 또 홀로 모임에 나갈 수밖에 없었다. 오늘 모임은 위험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하기 위해 가입한 방탈출 카페 모임 ‘꼭탈출’이었다.

브라운은 ‘오싹한 호불호 씨의 저주’라는 이름의 방탈출 게임에 참여했다. 미스터리한 대저택에서 단서를 모아 탈출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브라운은 재빠르게 공간을 살피며 단서들을 찾았다. 하지만 그 단서를 보며 함께 추리해낼 코니가 없었다.



코니가 함께하면 방탈출 게임도 항상 진짜처럼 흥미진진했다. 코니는 단서를 보며 추리를 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단서가 남겨진 상황이나 이유를 상상하며 진짜 같은 느낌을 주는 최고의 스토리텔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잘 놀라는 코니의 리액션은 ‘꼭탈출’ 멤버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코니가 없는 방탈출은 시시했다. 결국 친구들은 모두 방에서 빠져나오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방탈출 시계가 윙윙 울리며 실패를 알렸다. 브라운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방을 빠져나왔다. 방탈출 카페 입구에는 브라운과 코니의 탈출 성공을 축하하는 기념사진들이 꽤많이 붙어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던 브라운은 멈칫했다.

‘코니······ 코니도 방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잖아?’



브라운은 방탈출 카페를 나와 곧장 코니의 집으로 향했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방을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코니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방 안에 누워 있던 코니는 브라운의 초인종 소리에 몸을 일으켜 세워 현관문 쪽을 향해 외쳤다.

“브라운, 오늘도 나갈 기분이 아니야.”





코니의 외침을 뒤로한 채 정적이 이어졌다. 코니는 브라운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이상한 느낌이 들어 거실로 나와 현관문의 동그란 외시경을 통해 밖을 살폈다. 브라운은 보이지 않았다. 브라운이 이렇게 쉽게 가버렸을 리가 없는데, 약간은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이때 적막을 깨는 뚝딱뚝딱 기계음이 들려왔다. 놀란 코니가 돌아보자, 거실 벽에 걸린 전자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전자음은 바로 시간이 60분에서 59분 59초로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내는 소리였다.

“이게······ 뭐야?”



코니는 거실 탁자 위에 놓인 아이스박스를 발견했다. 아이스박스는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네 개의 일련번호를 맞춰야만 열 수 있는 자물쇠였다. 자물쇠 옆에는 붉은 인장이 박힌 검은 봉투가 놓여 있었다. 코니는 봉투를 열어보았다. 봉투 안에는 한 장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박스 안엔 달콤한 빙수와 뜨끈한 호빵이 함께 있다네.

오늘 누가 생일인가 봐?



편지의 아랫줄엔 이런 글귀도 적혀 있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



코니는 문구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당장 아이스박스를 열지 않으면 뜨끈한 호빵이 빙수를 녹일 거야. 녹은 빙수가 호빵을 흐물흐물하게 할 거고······ 둘 다 못 먹게 될 거야!”

코니는 글씨체를 보자마자 브라운이 쓴 편지임을 알 수 있었다. 전자시계, 자물쇠로 잠겨 있는 아이스박스, 모두 브라운이 갖다 놓은 것이 분명했다.

‘자물쇠, 힌트, 제한된 시간······ 이거, 방탈출 게임이잖아?’

코니는 황당했다. 브라운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은 방탈출 게임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코니는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가 침대 위에 풀쩍 뛰어들어선 이불을 폭 뒤집어썼다. 방 안은 고요했다. 그래서인지 거실에 있는 전자음이 더욱 크게 들렸다.

똑딱똑딱 시계 소리는 코니에게 꼭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런! 벌써 55분 55초네? 이러다 실패해버리겠어. 루우저어, 루우저어!”



코니는 ‘꼭탈출’의 창립 멤버이자 방탈출 최단 기록을 소유하고 있는 탈출 장인이었다. 그런 코니에게 시계의 전자음은 단순한 초침 소리가 아니었다.

“······안 돼! 이 방을 나가야 될 것만 같아!”



코니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곧장 달려갔다. 아이스박스를 열 힌트는 편지에 적혀 있는 ‘생일’이라는 단어였다. 생일과 관련된 네 자리 숫자. 코니는 자신과 브라운을 비롯해 모든 친구들의 생일을 시도해봤지만 맞지 않았다.





코니는 생각에 잠겨 브라운과 함께 생일을 보냈던 날을 떠올렸다. 브라운이 만들어준 파스타가 너무 맛있어서 매일매일 생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순간을 기억해냈다.

“에브리데이 벌스데이! 답은 ‘오늘’이구나!”

오늘 날짜로 맞추고 자물쇠를 돌리자,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풀렸다.

코니는 조금 전까지의 울적함과 무기력함은 잊고 어느새 브라운의 방탈출 게임에 푹 빠져들었다.



잠겨 있던 아이스박스 안에는 코니와 브라운이 함께 만든 도자기가 있었고, 그 안에 우유빙수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설산 같은 빙수 위에는 깃발이 꽂혀 있었다.

한편 빙수 옆엔 코니가 디저트로 먹고 싶어 했던 호빵이 있었다. 호빵에선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었다. 코니는 먹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현관문에 설치된 브라운의 머리만큼 큰 자물쇠를 바라보았다. 자물쇠는 네 자리. 숫자가 아닌 영문 알파벳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방탈출은 모든 요소가 힌트다!”

코니는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힌트임을 간파했고 추리를 이어나갔다.

“빙수 그릇은 도자기 모임, 빙수 위 깃발은 암벽등반 모임, 호빵은 디저트 모임······ 모두 다 소모임과 관련된 거잖아!”



코니는 자물쇠를 열 해답이 소모임과 관련된 네 글자임을 간파해내고 씨익 미소 지었다. 답은 너무 간단했다.

“브라운, 너무 쉽잖아. 모임 하면 바로 코니잖아. C.O.N.Y.”



하지만 자물쇠는 열리지 않았다. 코니는 당황했지만 금방 평정심을 찾고 다시금 집중했다. 그러곤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브라운. 이 못 말리는 로맨티스트 같으니라구. ‘러브’구나? L.O.V.E.”





하지만 자물쇠는 꿈쩍하지 않았다. 코니는 모임에서 중요한 것이 뭔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요 며칠 집에만 있어서 감을 잃은 탓일까. 코니는 빙수와 호빵을 먹으며 자책했다.

“그래. 요즘 통 나가질 못했는걸······. 나가야 알지. 나가야······ 나간다? 정답은······ 나가? NAGA. ······아니지, EXIT!”

코니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짓고는 자물쇠의 암호를 입력했고, 철컥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풀렸다. 그와 동시에 시계 소리가 멈췄다.

코니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문틈으로는 브라운이 보였다.

브라운은 코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코니가 방탈출을 성공하고 나올 때 기념사진을 찍어주려고 카메라를 들고서.

코니네 현관문이 살짝 열리자 브라운은 코니를 반기며 다가갔다. 그런데 이내 문이 쿵 닫혀버렸다. 코니는 문안으로 다시 사라졌다. 브라운은 당황스러웠다.

문을 빼꼼 열었던 코니는 브라운을 보자 마음이 콩닥였다. 그러곤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가려면 옷부터 갈아입어야 하잖아! 서두르자 코니! 어서!”

옷장을 열어젖힌 코니는 바깥 날씨와 잘 어울리는 청량한 원피스를 발견했다.

“이걸 입고 시원하게 탈출하는 거야!”

코니는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는 방을 둘러봤다. 방이 엉망이었다. 왠지 이 엉망인 방을 치우는 것도 새로운 미션처럼 느껴졌다. 재빠르게 방을 정리하던 코니는 이번 여름에 브라운과 함께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 쪽지도 발견했다.

“새로운 미션 추가!”



현관문이 열리고 드디어 밖으로 나온 코니는 문 앞에 서 있는 브라운과 눈부신 여름날을 보았다.

여전히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서 있던 브라운은 코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브라운! 이러면 내가 나올 수밖에 없잖아! 나 이마에 완전 큰 멍 들었단 말야! 브라운처럼 목공 배워보려다가······.”

브라운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팔랑팔랑 흔든 뒤 코니에게 건넸다.

사진 속에는 오랜만에 마주한 청량한 여름 하늘에 감동해버린 코니의 모습이 담겼고, 코니의 멍 자국에는 브라운이 그린 하트, 사진 아래엔 ‘15분 17초 방탈출 신기록!’이라는 메시지가 적혔다.

브라운은 사진을 건네고 방긋 웃었다. 그런 브라운을 보며 코니도 따라 웃었다.

코니의 울적한 기분은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한편 우유빙수 그릇 아래 숨겨져 있던 브라운의 마지막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무기력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방 밖으론 단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할 것 같을 때,

방탈출 게임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일단 나와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브라운은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아보카도 샌드위치였다.

브라운은 프라이팬이 달궈지는 동안 도마 위에 놓인 아보카도를 능숙하게 썰었다. 달궈진 팬 위의 달걀과 식용유가 만들어내는 경쾌한 소리가 주방을 가득 채웠고, 토스터 속 노릇한 식빵은 고소한 향기를 풍기며 브라운의 식욕을 자극했다.

집 안 가득 퍼진 소리와 향기는 잠자고 있던 초코의 허기를 자극하기에도 충분했다.





초코는 본능적으로 깨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주방으로 걸어 나왔다.

‘초코가 일어났다······.’

먹잇감을 찾는 초코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브라운은 침을 꼴딱 삼켰다. 브라운은 초코로 인해 펼쳐질 비극적인 아침 시나리오를 잘 알고 있었다. 그 시나리오는 언제나 새드엔딩이었다.



부엌으로 들어선 초코는 ‘빵이네?’ 하는 듯한 반짝이는 눈빛으로 브라운과 토스터를 번갈아 쳐다볼 것이다. 초코는 토스터에서 땡 소리가 나자마자 밖으로 튀어나온 식빵을 재빠르게 집을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항상 초코의 손이 브라운의 눈보다 빠르다. 브라운은 허망하게 토스트를 빼앗길 것이고 잘해야 초코의 잇자국이 선명한 반쪽짜리 토스트를 먹게 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안 돼.’

브라운은 초코가 달려들기 전에 재빠르게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완성해 입에 앙 물었다. 그리고 와구와구 씹으면서 초코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손을 흔들었다. 이를 본 초코는 적당히 손을 들어 화답하더니 곧장 욕실로 향했다.

뭔가 이상했다. 평소의 초코가 아니었다.



브라운은 완벽한 아침식사를 위한 두 가지의 플랜을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첫째는 바람처럼 빨리 움직일 것. 그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둘째는 초코가 브라운의 샌드위치를 뺏어먹고 ‘메롱’ 하며 약올릴 것에 대비해 미리 하나를 더 만들어두는 것이었다. ‘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하며 숨겨둔 샌드위치를 멋지게 꺼내 보일 계획이었으나, 뜻밖에도 초코는 브라운의 샌드위치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초코를 향해 브라운은 다시 한번 ‘바사삭’ 먹음직스러운 소리를 냈다. 초코는 그대로 무심히 방으로 돌아갔다.

‘왜 저러지?’

두 명 몫의 샌드위치를 먹은 브라운은 더부룩한 속을 달래며 초코의 행동에 대해 고민했다.

브라운은 샐리, 코니, 팡요에게 메시지를 보내 초코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건 평소와 똑같았다는 답변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몰라도 초코의 오빠인 브라운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일부러 괜찮은 척을 하고 있어.’

브라운은 초코의 SNS에 들어가보았다. 초코의 피드에는 예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초코, 전시회를 관람하는 초코, 팡요를 만나 영화를 보는 초코, 밤늦게 독서하는 초코의 사진들이 있었다. 얼핏 봐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브라운은 사소한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초코는 카페에서 패션 잡지를 보고 있었고, 패션 관련 전시를 보았으며,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보고 있었다.

‘초코, 패션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었지.’

마지막 독서하는 사진 속에서 초코가 읽고 있는 책은 아픈 청춘들을 위로하는 내용이었다.





브라운은 초코가 일하고 싶다던 패션 회사의 인턴 채용 발표 날짜가 언제였는지 찾아보았다. 바로 어제였다.

‘초코······ 광속으로 떨어졌구나.’

브라운의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누구보다 패션을 사랑하는 초코는 큰 충격을 받았을 게 분명했다.

브라운은 초코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초코, 상심하지 마. 경쟁률이 4,200 대 1이었다더라. 거기 붙은 애는 거의 걸어다니는 재봉틀이었을걸?’

브라운은 장난스럽게 접근한 다음, 이어서 진정성 있는 위로를 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브라운의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초코는 브라운의 다음 메시지를 기다려주지 않고 곧바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빠가 뭘 알아. 나 완전 괜찮은데. 그 회사 갈 생각 요만큼도 없었거든?’

브라운은 초코의 뾰족한 반응에 당황했다.

‘초코, 그 회사 작년도 재무재표를 보니 그리 건강하지 않더라. 다른 건실한 회사가 많······’





브라운은 이어서 적어나가던 메시지를 지웠다.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머뭇거리는 사이 초코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

‘미안해 오빠. 내가 좀 예민했어.’

초코의 메시지를 받은 브라운은 평소와 다른 초코의 모습을 보니 더욱 걱정이 됐다.

‘이렇게 빠르게 사과를 하다니. 초코답지 않아. 상심이 정말 큰가 봐.’

브라운은 자신이 초코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초코를 위로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잠시 후 브라운은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

‘초코, 그럼 내일 아침은 네가 해. 난 양파를 가득 넣은 상큼한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



다음 날 아침, 초코는 브라운을 위해 양파 샌드위치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파 샌드위치······ 이게 요즘 트렌드인가?’





초코는 양파 샌드위치가 미심쩍었지만 브라운이 먹고 싶다고 하니 더는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껍질을 벗겨 깨끗이 씻은 양파를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칼로 썰기 시작했다. 양파는 생각보다 매웠다. 초코는 칼질을 몇 번 해보지도 못하고 눈이 시큰해지는 걸 느꼈다.

초코는 눈을 껌벅거리며 양파 썰기에 다시 집중했다. 두 개째 썰기 시작했을 때, 초코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도마 위로 뚝뚝 떨어졌다.

‘울지 마 초코. 이건 그냥 매워서야.’

초코는 도마 위 남은 양파를 빨리 썰어내고 싶었다. 흐르는 눈물을 멈추고 싶었다. 초코는 눈물을 닦아내기 위해 눈가를 손으로 훔쳤다가 그만 눈에 더 강한 자극을 주고 말았다. 눈물은 마치 댐이 터진 것처럼 더욱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다.

‘괜찮지 않아······. 4,200명 중에 선택될 한 명은 틀림없이 나일 거라고 믿었는데······. 나 안 괜찮아.’

초코는 눈물을 흘리면서 더 맹렬히 양파를 썰기 시작했다. 양파의 매운 향에 기대 슬픔을 털어내고 싶었다. 양파를 썰며 울고 있으면 아무도 초코가 탈락의 충격으로 운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었다.

‘회사 네가 뭔데 날 울려. 나 초코야! 날 놓치면 평생 후회할 거라고.’

양파 향 가득한 눈물방울들이 초코의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초코는 문득 깨달았다. 브라운이 양파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고 한 이유를.

‘오빠는 날 울게 해주려고 그랬던 거야.’

어느새 초코의 도마 옆에는 잘게 썰린 양파가 가득했다. 샌드위치를 만들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었다.



한편 알싸한 양파 향 때문에 잠에서 깬 브라운은 주방으로 향했고, 산더미같이 쌓인 양파와 함께 눈물범벅이 된 초코를 볼 수 있었다.

‘양파가 매워서 썰기 무서웠는데 다행이다.’

브라운은 안도했다. 사실 어젯밤 브라운은 그저 양파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괜한 위로를 하는 것보다 초코에게 잠시 시간을 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브라운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초코 옆에 서서 샌드위치 만드는 것을 도왔다. 버터를 녹인 팬에 초코가 썬 양파를 볶았다. 볶은 양파를 토스트에 올린 다음, 마요네즈와 달걀을 올리자 양파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거실 탁자엔 브라운과 초코가 만든 양파 샌드위치가 산처럼 쌓였다.

초코가 썰어 놓은 많은 양의 양파를 처리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퉁퉁 부은 눈을 한 초코가 양파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맛있는 양파 샌드위치 맛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지만 꾹 참았다. 울다가 웃었을 때 생기는 비극은 잘 알고 있으니까.

브라운과 초코는 아무 말 없이 TV를 보며 양파 샌드위치를 음미했다.

‘찰칵’ 하는 소리가 고요한 거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초코의 휴대폰에서 울린 카메라 셔터 소리였다. 초코는 한입 크게 베어 물어 동그란 잇자국이 난 양파 샌드위치를 여러 필터를 적용해가며 찍고 있었다.

‘초코가 SNS에 올릴 사진을 찍고 있잖아?’

브라운은 초코 옆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슬쩍 휴대폰을 셀카 모드로 전환했다. 화면 안에는 눈이 빨갛게 충혈된 초코가 양파 샌드위치 맛에 웃음을 짓고 있는, 한마디로 울다가 웃어버린 모습이 들어왔다.

“찰칵.”

브라운이 셔터를 누르는 소리에 놀란 초코는 브라운의 휴대폰을 휙 빼앗아 사진을 확인했다. 초코의 굴욕 사진 찍기는 오늘도 실패인 모양이었다. 사진을 빤히 바라보던 초코는 무심하게 몇 번 터치해 조작한 뒤 다시 브라운에게 돌려줬다.



잠시 후, 초코의 SNS에 브라운이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울다가 웃고 있는 초코의 사진 아래에는 해시태그도 달려 있었다.

#눈물스타그램 #양파왜날울려 #아임파인





‘괜찮은 척하던 초코가 진짜 괜찮아졌다.’

브라운은 알 수 있었다. 괜찮은 척 억지로 버티던 시간은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그리고 초코는 브라운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가끔은 들키는 것이 괜찮아지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어서 오세요!”



친절하고 명랑한 기계음이 텅 빈 편의점에 울려 퍼졌다. 편의점에 설치된 무인기기에서 나오는 음성이었다. 브라운은 명랑한 목소리를 내는 무인기기를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액정을 쓰다듬었다.

매장 시계가 10시를 알리자 브라운은 편의점에 있는 상황실로 들어갔다. 상황실엔 매장 안을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는 CCTV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브라운은 조끼를 입었다. 조끼에 달린 명찰엔 ‘관리자’라고 적혀 있었다. 브라운은 일주일간 라인타운에 오픈 예정인 무인편의점의 관리를 맡게 된 것이다. 브라운은 라인타운에 무인편의점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듣곤 관리자 자리에 지원했고, 바로 뽑혔다. 라인타운에 브라운만큼 믿음직한 인물은 없었기 때문이다.



브라운은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무인편의점 무인기기 관리를 맡았다. 무인기기가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지, 문제는 없는지 세심히 살피게 될 터였다. 브라운은 자연스럽게 10시부터 4시까지 오는 라인타운의 손님들을 볼 수 있었다.

브라운이 하는 일은 다소 지루할 법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편의점에 오고가는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었기에 브라운에겐 소소하지만 즐거운 일이었다.



관리 업무 3일차가 되자 브라운은 라인타운 친구들의 편의점 이용 패턴과 생활 패턴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친구들이 편의점을 이용하는 시간과 사연은 다들 제각각이었다.





10시엔 초코가 해외 버라이어티 쇼를 보며 먹을 달콤한 디저트를 사갔고, 11시엔 운동을 마친 보스가 라면을 사갔으며, 12시엔 카페 영업을 마감한 제임스가 장을 봤다. 새벽 시간에는 언제나 샐리가 나타났다. 샐리는 에너지 음료를 왕창 사갔다. 다른 친구들과 달리 샐리는 무인기기에게 말을 걸기도 했는데 무인기기가 답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흘째인 오늘도 익숙한 패턴대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패턴을 깨는 뜻밖의 손님이 나타났다.

바로 코니였다. 새벽 3시.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으로 코니가 들어왔다. 코니는 운동을 마치고 돌아가다가 환한 불빛을 보곤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이를 본 브라운은 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새벽 3시는 라인타운의 모든 이들이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라운이 아는 코니는 10시만 되면 골아떨어지는 꿀잠족이었다. 그런 코니가 새벽 3시에 편의점에 나타나다니.

코니는 무인기기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양쪽 눈에 다크서클이 짙어 보였다. 퀭한 모습의 코니는 이온음료를 하나 사서는 편의점을 나갔다.

브라운은 코니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코니, 설마 불면증이라도 생긴 걸까?’

생각해보면 최근 코니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그렇지만 회사에 일이 많아서 생긴 일시적인 과로라고 생각해왔다. 걱정하는 브라운에게 코니는 ‘이게 바로 도시인의 삶’이라면서 우스갯소리로 안심시키곤 했다.

코니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든 잠에 들기 위해서 새벽마다 무작정 뛰고 있던 게 분명했다.

‘왜 말하지 않았을까. 내가 걱정하는 게 걱정됐기 때문일까?’

브라운은 코니를 위해 불면증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다음 날 새벽 3시. 어제처럼 코니가 무인편의점으로 들어와 이온음료를 골랐다.

코니는 무인기기에 바코드를 찍었다. 그러자 무인기기는 명랑한 기계음을 내뱉었다.

“행사 상품입니다. 증정품 수면안대를 받아가세요!”

무인기기에 달려 있던 기계 팔이 수면 안대를 꺼내 코니에게 건넸다. 코니는 무인기기가 주는 증정품을 어색하게 받아들었다.

“이온음료를 샀는데 수면안대를······?”

코니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무인기기를 빤히 바라봤다. 상황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던 브라운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들켰나?’

코니는 가만히 무인기기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대박.”

코니는 수면안대를 받고선 기분 좋게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브라운도 안도했다. 수면안대가 있다면 분명 좀 더 쉽게 잠들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3시. 코니가 다시 편의점을 찾았다. 이온음료를 샀다. 무인기기는 코니가 고른 이온음료의 바코드를 찍고는 명랑한 기계음을 내뱉었다.

“행사 상품입니다. 증정품 꿀잠 베개와 LED 숙면 무드등을 받아가세요!”

코니는 전날보다 더 많은 증정품을 주는 무인기기를 보고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곤 다시 무인기기를 바라봤다.

브라운은 긴장감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너무 노골적이었나, 분명히 들켰다고 생각했다. 차가운 기운이 감돌던 무인편의점에서 코니가 외쳤다.

“대대박!”

코니는 기쁜 듯 증정품을 챙겨 들고선 집으로 향했다. 브라운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고 다음 날엔 코니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 브라운의 증정품이 코니를 푹 잘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브라운이 생각지 못한 뜻밖의 부작용이 생기고 말았다. 무인편의점을 방문하던 친구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온음료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뭔가를 바라는 듯이 무인기기를 빤히 바라봤다.

“다 알고 왔어. 증정품 어서 줘.”

샐리는 무인기기에게 비밀스럽게 속닥였다. 하지만 무인기기는 ‘다시 말씀해주세요’만 반복할 뿐이었다.



코니는 이온음료를 사고 받았던 ‘대박’ 증정품을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것이다. 코니가 받았던 증정품은 모두 브라운이 사비로 사들여 선물한 비밀 이벤트라는 걸 알 리 없었다.

결국 샐리는 무인기기의 멱살을 잡고 말았다.

“수면안대랑 꿀잠 베개 나도 받고 싶다고!”

하지만 무인기기는 증정품을 주지 않았고, 샐리를 비롯한 라인타운 손님들은 모두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날 새벽 3시. 오늘도 코니는 같은 시각 무인편의점으로 들어와 이온음료를 골랐다.

“증정품입니다. 수면 동화책 『양을 세는 그대에게』와 『브라운과 나무늘보의 템플스테이』를 드립니다.”

코니는 부드러운 양털로 만들어진 동화책 『양을 세는 그대에게』와 브라운을 닮은 주인공이 나무늘보와 함께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고 절에서 안온한 일상을 보내는 템플스테이 영상 화보집을 넋 놓고 바라봤다. 코니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봐. 정말 증정품을 준다니까. 친구들에게 꼭 보여줄 거야! 난 틀리지 않았다구!”

코니가 사진 전송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코니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놀라서 뒤를 돌아본 코니는 깜짝 놀라 넘어져버렸다.

“브라운!! 왜 여기 있어!”





코니는 브라운의 조끼에 달린 관리자 명찰을 바라봤다.

“일주일간 일한다는 곳이 여기였구나. 무인편의점이라서 상상도 못 했어.”

브라운은 코니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왜 이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고 있는지. 왜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는지도. 이미 브라운은 다 알고 있는 표정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한동안 이어졌다.



“다 알고 있던 거구나. 내가 요새 잠을 잘 못 자고 있단 거. 그래서 나한테만 증정품을 준 거였구나.”

브라운은 끄덕였다. 그러고는 말없이 코니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았다. 코니는 브라운이 너무 많이 걱정하지 않기를 바랐다.

“브라운. 걱정 마. 요즘 잠이 잘 안 오는데 운동을 하면 잠이 잘 온다고 해서 달리기를 시작한 거야. 그런데 달리면 달릴수록······ 더 잘 달리게 됐어. 이러다가 육상선수가 될지도?”

브라운은 코니의 농담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브라운의 미소에 마음이 풀어진 코니는 뒤늦게라도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주절주절 그동안의 고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회에 한 발을 내디뎠다는 기쁨을 누릴 겨를도 없이 코니는 요즘 너무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위의 인정을 받고 싶은 코니는 뭐든지 전력을 다해 열심히 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주어진 일을 끝내고 나면 더 어려운 일이 코니를 기다렸다. 잘 해내면 해낼수록 더 많은 책임이 뒤따랐다. 그만큼 빠르게 능력을 인정받게 된 코니였지만 부담감이 커져만 갔다. 어디서부터가 부담감인지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처음에는 걱정이 많아서 잠이 안 온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잠이 안 오는 것도 걱정거리가 됐지 뭐야.”





브라운은 코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상황실에 들어가 박스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그 박스 안에는 풍선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브라운은 그 풍선을 하나씩 불기 시작했다. 브라운은 코니에게도 풍선 하나를 건넸다.

코니는 브라운이 준 풍선을 크게 후우 하고 불었다. 풍선은 크게 부풀어올랐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풍선의 매듭을 짓다가 코니는 풍선에 적힌 글자를 보았다. 풍선에는 ‘걱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걱정?”

코니는 글자를 읽다가 그만 풍선을 놓쳐버렸고 풍선은 바람이 빠지며 열린 문밖으로 날아가버렸다. 미처 멀리 가지 못한 걱정 풍선을 브라운이 다시 주워왔다. 그 모습을 본 코니는 브라운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브라운은 코니의 걱정을 이 풍선처럼 날려버리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게 분명했다.



“브라운! 도움되는 것 같아! 나한테 더 좋은 방법이 있어!”

코니는 전보다 더 힘껏 풍선들을 불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날려보내는 대신에 풍선을 팡팡 터뜨려버렸다. 걱정을 완벽하게 해소하기 위해선 날려보내는 것보다 터뜨려버리는 편이 확실할 테니까.

“브라운! 나 잘하지!”

코니가 풍선을 터뜨리며 외쳤다. 하지만 브라운은 넋 나간 표정으로 코니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브라운이 들고 있던 풍선이 바람에 나풀거리며 글자들이 나타났다.

‘축 개업 기념! 걱정 없이 팡팡 대할인!’

브라운은 그저 풍선 장식을 달고 있었던 것이었다. 코니는 민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거······ 개업식 풍선이었구나······.”



결국 브라운과 코니는 코니가 터뜨려버린 만큼의 풍선을 다시 불어서 장식을 마저 완성시켰다. 시계는 어느덧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브라운은 무인편의점의 불을 끄고 셔터를 내렸다. 코니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편의점은 24시간 아니야? 왜 문을 닫아?”

브라운은 문을 닫고 팻말을 걸었다. 팻말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충전 중’



코니는 무인편의점도 충전을 한다는 게 무척 신기했다. 브라운과 함께 한적한 새벽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온 코니는 침대에 누웠다. 여전히 잠은 올 것 같지 않았다. 이때 브라운에게서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코니. 잠이 오지 않는다면 그저 충전을 해본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24시간 잠들지 않는 편의점도 잠깐은 충전을 하니까.’



코니는 생각에 잠겼다.

‘충전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침대에 브라운이 준 증정품 무드등이 초록빛으로 은은하게 빛났다.

그건 마치 충전등 같아 보이기도 했다.

“잠깐 충전만 하는 거야.”

코니는 가만히 눈을 감아보았다. 애써 잠들려고 노력하는 대신 잠시 충전을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덜어졌다. 충전 중에는 왠지 다른 걱정 같은 건 하지 않는 게 효율적일 것만 같아서 잠시 느슨해진 마음으로 내일의 걱정을 멈췄다. 코니는 어느새 잠에 들었다.





다음 날. 새벽 3시의 무인편의점은 고요했다. 브라운은 바깥을 바라봤다. 코니의 집 쪽 불빛도 모두 꺼져 있었다. 브라운은 편의점의 조명도 은은하게 줄였다. 편의점도 연한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브라운은 무인기기의 액정을 닦았다.

오늘로 일주일간의 관리자 일은 끝났다. 브라운은 함께해줬던 무인기기를 바라봤다. 그리고 무인기기의 전원을 꺼주기로 했다.

‘충전이 필요할 테니까.’

브라운이 무인기기 뒤편에 있는 전원 버튼을 딸깍 누르려 하는 순간, 무인기기가 브라운에게 말을 건넸다.

“충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브라운은 무인기기를 빤히 바라보았다. 브라운은 사실 통 잠이 오지 않았다. 야간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지만, 새벽까지 말똥말똥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꽤 오래되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나에게도 충전이 필요할지도?’

브라운은 편의점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띠링.

고요하던 오후 시간을 문자메시지 알림음이 깨웠다. 낮잠을 자던 브라운은 눈을 부비며 내용을 확인했다.



‘주문하신 상품이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브라운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택배 도착 알림보다 설레는 문자메시지는 없지만, 왜인지 브라운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꽤 난처한 표정이었다.

얼마 뒤 초인종 소리가 들렸고 브라운은 재빨리 문을 열었다.

“택배입니다.”

택배를 들고 온 건 다름 아닌 샐리였다. 브라운은 샐리를 보곤 깜짝 놀랐다.

“택배 기사님이 무거워하시길래 내가 들고 왔어.”

샐리는 거대한 박스를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거실로 향했다.



“이렇게 거대한 박스라니, 어마어마한 게 들어 있나 봐! 나 주는 거야?”

샐리는 거실에 박스를 옮겨놓고는 뜯기 시작했다. 브라운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포장을 뜯은 샐리는 안에 든 물건을 보고 무척이나 당황했다.

“TV잖아?”

방 안에서 샐리의 목소리를 들은 초코는 거실로 뛰쳐나왔다. 거실에는 이미 최신형 TV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똑같은 TV가 한 대 더 배달된 것이다.





브라운의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초코는 TV와 브라운을 번갈아보더니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몇 번 가로젓고는 방으로 홱 들어가버렸다. 샐리는 브라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거······ 왜 산 거야, 브라운?”

브라운은 샐리 앞에 스윽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엔 ‘매니저 문’이라고 적혀 있었다.

“설마, 문한테서 TV를 산 거야?”

브라운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난처한 표정으로 샐리를 바라봤다.

‘거절은 너무 어렵단 말야!’



하루 전, 브라운은 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힘이 없었다. 문은 브라운에게 혹시 TV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브라운에게는 이미 최신형 TV가 있으므로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거절하려고 했지만 문의 목소리는 전보다 더 기운 없게 느껴졌다.

문은 이번에 회사에서 TV가 좋은 가격에 잘 나왔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이 반응이 없자 문은 전화를 끊으며 말했다.

“걱정 마, 브라운. 이 TV는 더 좋은 주인이 있을 거야. 난처하게 해서 미안해.”

문의 전화를 끊고 나자 브라운은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브라운은 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 TV 내가 살게.’



초코는 방에서 나오더니 샐리를 향해 문의 SNS 계정을 보여줬다. 문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손에 든 패널에는 ‘올해의 영업사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샐리는 화가 난 초코를 다독이며 브라운에게 말했다.

“환불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브라운.”

브라운은 고개를 끄덕이고 TV를 도로 박스에 넣고는 문이 있는 매장으로 향했다.





잠시 후 브라운이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빈손이 아니었다. 가지고 나간 TV 박스와 함께 옆구리에는 홍삼 세트 박스가 껴 있었다.

‘역시 거절을 할 수 없었어······.’



그 모습을 본 초코는 기절 직전이었다. 샐리는 초코가 쓰러질까 봐 초코의 입에 홍삼을 한 포 뜯어 쭉 밀어 넣었다. 샐리는 영 거절할 줄 모르는 브라운을 위해 거절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로 결심했다.

“안 되겠어, 브라운. 거절하는 방법을 좀 배워야겠어! 이 샐리가 가르쳐줄게!”

샐리의 말에 브라운은 솔깃했다.

‘거절하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니?’



얼마 후 샐리는 안대와 귀마개, 정체를 알 수 없는 티셔츠를 들고선 돌아왔다.

브라운과 초코는 거실 소파에 경청하는 자세로 앉았다. 샐리는 둘을 앉혀놓고 ‘샐리의 거절 레슨’을 시작했다.

“거절이 어려운 이유가 뭘까요? 바로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거절은 참 어려운 일이죠.”

브라운은 살짝 눈시울이 붉어졌다.

‘맞아.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면 너무 어렵지.’



“이런 옛말이 있습니다. 눈 딱 감고 거절해라. 안대를 씁시다. 그럼 상대가 안 보이니 거절하기가 쉬워지겠죠?”

샐리는 이어서 귀마개를 꼈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가슴을 후벼팔 때는 이렇게 귀마개를 끼면······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으니 거절쯤은 식은 죽 먹기죠.”

이어서 샐리는 준비한 티셔츠를 입었다. 티셔츠에는 화려한 용이 그려져 있었다.

“한 저명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천방지축 어린이들도 정장을 입혀 놓으면 신사처럼 행동한다고 합니다. 이 티셔츠를 입으면 누구나 거칠어질 수 있어요. 이제 모질게 말하는 겁니다. 안 사! 안 사! 절대 안 사!!”

그것은 포효에 가까운 우렁찬 거절이었다. 샐리의 명연설에 브라운의 눈에 감동의 눈물이 한 방울 맺혔다.





“잘 알았지, 브라운? 그럼 연습은 없어. 바로 실전이다! 렛츠 고!”

샐리는 브라운에게 안대와 귀마개, 티셔츠를 떠안겼다. 브라운은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처럼 결연한 표정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샐리와 초코에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의지를 불태우며 집을 나섰다.



얼마 후, 브라운은 두 손에 선물용 김 세트를 들고 나타났다. 안대와 귀마개와 용 무늬가 그려진 티셔츠도 소용이 없었다. 샐리는 브라운을 보자 망연자실했다.

‘문······ 이 최고의 영업사원······.’

초코는 안타까움의 눈물을 흘렸다.



브라운은 문에게 거절하러 간 순간을 회상했다. 처음에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브라운의 모습을 본 문은 다 이해한다며 브라운을 꽉 안았다. 그 순간 브라운은 문의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너무도 많은 말을 하고 있었다. 문의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브라운, 네 마음 다 안다. 내가 어렵다고 친구를 불편하게 할 순 없지. 브라운, 나는 너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어. 힘들 때 친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지. 전화를 끊었을 땐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더라. 밥은 먹지 못했지만 괜찮았어. 그저 친구와 통화를 한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지. 브라운, 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때 나는 느낄 수 있었어. 용기를 얻었어. 나는 최고의 영업사원이다. 월세를 좀 밀려도, 갚을 돈이 좀 있어도 어때! 난 브라운이라는 친구의 자랑이다!’

브라운의 머릿속에선 오만 가지 상상이 펼쳐졌고, 결국 선물용 김 세트와 TV를 가지고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김을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주잖아. TV는 거저나 다름없네.’

브라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우정만으로도 값진데 김까지 얻었으니 모든 게 괜찮다고.



“이 답답아!”

샐리는 단박에 소리쳤다. 결국 샐리는 브라운의 손을 붙들고 밖으로 나갔다.

샐리는 단 1초 만에 TV를 환불해냈다. 안대와 귀마개, 티셔츠를 착용하고는 ‘바꿔줘!’를 다섯 번 맹렬히 외쳤고, 간단하게 환불을 해냈다.

두 손 가볍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샐리는 브라운에게 자신이 가르쳐주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었다고 했다.

“브라운, 정말 중요한 게 하나 더 있었는데 말해주지 못했어. 거절할 때 딱 하나만 생각하는 거야. 거절을 해야만 하는 진짜 이유. 그 진짜 이유만 기억하면 뭐든지 담대하게 할 수 있어. 그 이유를 만들어봐.”

브라운은 샐리에게도 뜻밖의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샐리는 브라운에게 TV를 환불할 때 떠올렸던 거절의 이유를 말해줬다.

“나는 브라운 네가 파산하지 않기만을 바랐지.”

샐리의 말에 브라운은 자신감이 생겼다. 샐리도 이제는 브라운이 잘해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차, 브라운. 사실 오늘 부탁이 있어서 왔는데, 혹시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카드 값이 연체돼서.”

브라운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세상에······ 돈을 다 어디다 쓴 거야, 샐리!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었으면 말을 했어야지!’

브라운은 황급히 집으로 달려가 적금 해지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는 돌아와 샐리를 꽉 안아줬다.

샐리는 브라운의 머리에 딱밤을 세게 때렸다.

“거절하라고! 무조건 거절하라고!!”



집에 돌아온 브라운은 너무나 배운 게 많은 하루라고 생각했다. 브라운은 샐리에게 배운 거절 방법을 곱씹어보며 노트북을 열어 이메일을 확인했다.

브라운이 거절을 잘 못 하는 자신을 걱정했던 건 단지 문에게서 산 TV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이틀 전에 온 이메일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지난번 무인편의점 관리를 잘 마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브라운 님은 무인기기에 따뜻한 감정을 불어넣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드리고 싶은데, 전국 무인기기 관리를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브라운 님도 무척이나 관심 있어 했던 일임을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연락드립니다.



이 제안은 브라운이 원하던 일이자 브라운을 원하는 일이기도 했다. 문제는 라인타운을 떠나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브라운은 쉽사리 거절의 메시지를 적지 못했다.



다음 날, 어째선지 아침부터 브라운의 집에 친구들이 하나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브라운을 찾아온 것은 코니였다.

“브라운, 혹시 명의 좀 빌려줄래?”

브라운은 돌처럼 굳은 채 도리도리 고개만 흔들다가 자리를 회피해버렸다. 샐리의 테스트였다. 테스트는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제임스, 에드워드, 제시카, 레너드, 보스까지 합세해서 브라운에게 곤란한 부탁을 했다.

브라운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힘차게 도리질을 하며 거절의 메시지를 전했다.

‘거절은 너무나 어려워!’

샐리는 그런 브라운을 보자 마음이 놓였다.



그날 밤, 하루 종일 거절하느라 진이 빠진 브라운은 침대에 풀쩍 뛰어서는 곧바로 잠을 청했다. 브라운은 어제 보낸 메일의 답장이 온 줄도 모른 채 잠에 빠져들었다.



답장 잘 받았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이 있는 곳을 떠나기는 쉽지 않죠. 저희로서는 많이 아쉽습니다만 충분히 이해합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거절을 해본 브라운은 고민 없이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카페에 있던 브라운은 제임스가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제임스는 한 손으론 코를 막고 다른 한 손으론 브로콜리를 집어 붉은 특제 소스에 푹 담그더니 그도 모자라 초콜릿 분수에 두 바퀴 정도 돌린 후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눈 건강을 위한 제임스의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브라운은 아무렇지 않게 브로콜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브라운, 괜찮아? 너 맛을 못 느끼는구나?”

브라운은 제임스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고 그저 브로콜리만 빤히 바라보았다. 브라운의 심장이 조금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브라운은 코니에게 고백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날은 브라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병원을 찾은 날이었다. 자꾸만 심장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코니와 전쟁영화를 본 뒤부터였다. 폭발 소리가 난무하는 영화 음향의 여파일 거라 생각했지만 한참이 지난 후에도 브라운의 심장에선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건 마치 누군가 브라운의 심장을 드럼 삼아서 열심히 두드려대는 것 같았다. 처음 겪는 증상에 브라운은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브라운은 내원 사유에 ‘심장에서 드럼 소리가 납니다’라고 적었다. 그런데 막상 병원에 들어서고부터 문제의 소리는 거짓말처럼 더는 들리지 않았다. 병원에 오는 행위만으로도 병은 나아지는 것일까, 이것은 일종의 플라세보효과인가 브라운은 궁금해졌다.





브라운의 이름이 불렸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의사 선생님은 브라운의 증상이 적힌 차트를 보더니 브라운의 가슴에 청진기를 가져다 댔다.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이는군요.”

브라운의 심장은 드럼을 치지 않았다. 무척 이상한 일이었다. 청진기를 뗀 의사 선생님이 브라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가슴이 뛰는 것은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고층 빌딩 위에 서 있을 때, 귀신의 집에 들어갔을 때, 사업에 실패했을 때, 고층 빌딩 위에 귀신의 집을 운영해서 결국 사업에 실패했을 때······. 뭐 그럴 때 심장이 뛸 수 있지요.”

어느 쪽도 해당 사항이 없는 브라운은 의아했다. 어쩌면 요 며칠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도 몰랐다. 의사 선생님의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브라운에게 의사 선생님은 또 다른 요인에 대해 말했다.

“혹시, 최근 사랑에 빠진 일이 있었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다시 심장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코니로 겹쳐 보였다.

‘코니? 언제 의사가 된 거야?’

놀란 브라운이 두 눈을 비볐다. 착각이었다. 브라운 앞에는 코니와 조금도 닮지 않은 의사 선생님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브라운은 심장을 두들기는 소리의 원인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코니였다.



‘코니 때문에 나는 소리였어.’

콩닥거림의 원인을 알게 된 브라운은 코니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브라운은 성큼성큼 코니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코니네 집 앞에 선 순간 드럼 연주가 절정에 다다르더니 돌연 거짓말처럼 멈췄다. 마음속에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다.





‘갑자기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왜’ 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는 게 좋을까.’

브라운은 아직 코니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돌아서던 찰나, 자신을 불러 세우는 코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브라운! 그 꽃은 뭐야?”

브라운의 손에는 달걀프라이를 닮은 마거리트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코니에게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이었다. 하지만 아직 고백할 준비가 되지 않은 브라운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코니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준비한 꽃을 화단에 푹 꽂아 심었다. 무심한 원예사처럼. 그러곤 황급히 돌아섰다.

‘아직이야.’



집에 돌아온 브라운은 자신이 코니를 왜 좋아하는 걸까 생각했다.

브라운은 지난밤 코니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을 당시를 떠올렸다. 브라운과 코니는 함께 전쟁영화를 봤다. 사실 브라운과 코니 둘 다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전쟁영화를 본 이유는 그저 영화를 고르는 과정에서 브라운과 코니의 취향이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었다.

브라운이 고른 영화는 전쟁 중 서로에게 총을 겨누던 이들의 진영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린 로맨스 영화였다. 반면 코니가 고른 영화는 미래에서 온 AI 공기청정기가 환경오염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액션영화였다.

심지어 팝콘과 콜라를 사는 과정에서도 서로의 극명한 취향 차이로 인해 투닥거릴 수밖에 없었다. 코니는 고소한 팝콘을 좋아했고, 브라운은 달달한 팝콘을 좋아했다. 서로 반반 나눠서 먹으면 괜찮았겠지만, 둘 다 콤보를 사는 것은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영화도 팝콘도 끝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브라운과 코니는 결국 두 영화 모두의 상영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둘은 누구의 취향도 아닌 SF 전쟁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 지구연합군과 외계 좀비의 난해한 로맨스를 그린 영화였다. 팝콘 대신 둘 중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나초를 골랐다.

그리고 브라운은 생애 처음으로 SF 전쟁영화가 흥미롭다는 사실과 나초가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브라운은 코니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흥미롭게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라운은 코니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브라운은 신작 전쟁영화를 예매했다. 그러곤 코니의 화단에 심고 온 코니가 좋아하는 마거리트를 옮겨 담을 화분도 준비했다. 브라운은 코니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브라운은 영화 예매권과 화분을 들고 코니에게로 향했다. 브라운이 코니의 집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코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적에게 쫓기면서도 박력 있게 여주인공에게 키스를 하다니! 지금까지 본 영화 중 최고로 가슴 뛰는 장면이었어!”

일순간 브라운은 어쩌면 코니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한 번도 식스팩과 태평양 같은 어깨를 가져본 적이 없을뿐더러, 목구멍에 커다란 사과가 걸려 질식할 것 같은 섹시한 목선도 없었다.

브라운은 자신의 모습은 위험에 처했을 때 여주인공 앞에서 먼저 ‘아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휩싸이면서 자신감이 저 멀리 사라져버렸다.



결국 브라운은 초인종을 누르지 못하고 돌아섰다. 하지만 하필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이던 코니와 또다시 마주치고 말았다.

“브라운, 뭐해? 그 티켓 같은 것과 화분은 뭐야?”

브라운은 황급히 모종삽으로 마거리트를 파내선 화분에 옮기고는 영화 예매권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아직이야.’





집에 돌아온 브라운은 양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풀업바에 매달려서 운동을 시작했다.

‘하나에 태평양 어깨, 둘에 초콜릿 복근, 셋에 애플 힙, 넷에 말벅지, 다섯에 잔근육.’

새벽까지 운동을 한 브라운은 녹초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되기 위해서는 10년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브라운의 심장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10년 뒤는 너무 늦을 것 같았다. 절망에 빠져 있던 브라운은 불현듯 코니가 영화를 보며 좋아했던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브로콜리를 소스 없이 먹네? 진짜 솔저다!”

코니는 브로콜리도 군말 없이 먹는 주인공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브라운은 그동안 먹어본 적 없는 브로콜리를 먹어보았다. 소스 없이도 꽤 먹을 만했다.

코니에게 어필할 매력이 적어도 하나는 있다는 사실에 브라운의 희망은 피어올랐다.



다음 날 브라운은 다시 코니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집에 코니가 없었다.

어디선가 샐리가 나타나더니 코니가 어디로 갔는지 말해줬다. 샐리의 말에 브라운은 심장이 덜컥 주저앉는 것만 같았다.

“코니는 병원 간다고 했어. 열이 많이 난대······. 손에 든 그건 뭐야? 나 주려는 거야?”

샐리는 브라운의 손에 든 검은 봉투를 가리켰다. 안에는 브로콜리가 수북이 들어 있었다.

브라운은 샐리의 말에 답하지 못한 채 서둘러 코니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 코니의 열을 떨어뜨려줄 아이스박스와 얼음을 잔뜩 샀다.

병원에 도착하니 코니는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브라운은 코니를 향해 달려가 코니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샐리의 말처럼 코니의 이마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얼굴도 당근처럼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브라운을 향해 코니는 쏘아붙였다.

“브라운! 네 맘을 모르겠어! 이러다 화병이 나겠어!”

한편 코니의 외침에 놀란 의사가 대기실로 나왔다. 의사는 브라운을 보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다시 오셨네요? 심장 두근거리던 건 좀 어떠세요? 사랑에 빠진 게 맞나요?”

코니는 그 말에 브라운을 바라봤다. 브라운의 심장이 다시 드럼을 울리기 시작했다.

‘아직이야!’

브라운은 아이스박스를 챙겨 뛰기 시작했다. 코니는 그런 브라운을 쫓기 시작했다.

“사랑!? 대체 누구야! 거기 서지 못해?”





브라운은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코니도 그 뒤를 따랐다. 집 안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코니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며칠 동안 고심했던 흔적들 때문이었다. 코니는 어질러진 집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다 뭐야?!”

브라운은 여전히 할 말을 잊은 채 뛰어오느라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코니는 집 안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주려 한 듯한 선물들, 음식을 해주려 한 듯 흐트러진 부엌, 흘러나오는 달콤한 음악.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뭐야, 이건 내가 좋아하는 액션영화 DVD잖아!”

코니는 어째서 자신이 그토록 구하려고 했던 한정판 DVD가 여기에 있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다 코니가 좋아하는 것투성이였다.

브라운은 꽃이 심긴 화분을 들고 코니에게 다가갔다. 화분 뒷면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꽃말이 적혀 있었다.



마거리트의 꽃말은 마음속에 감춘 사랑입니다.





코니는 마침내 브라운의 마음을 알게 됐다. 코니는 꽃말에 화답했다.

“브라운, 나도 네가 좋아!”

브라운의 심장은 드럼을 둥둥 연주했고 코니는 당근처럼 얼굴이 붉어졌다.

잠시 후 브라운은 코니와 함께 볼 액션영화를 틀었고, 코니가 좋아하는 파스타를 만들어 왔다.

코니는 브라운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자신을 좋아하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브라운은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렀지만, 그 마음을 숨기는 것 또한 서툴렀기에 코니에게는 브라운의 마음이 다 보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브라운은 코니 옆에서 소스 없이 브로콜리를 먹었다. 코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해도 좋아. 브라운. 네 마음 다 아니까.”





카페 안, 브라운은 제임스의 브로콜리를 먹으며 코니에게 고백하던 순간을 곱씹었다. 브라운은 그 뒤로 코니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꺼내 보여주기로 했다. 코니가 화병이 나기 전에 말이다.

어떤 마음은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있는 그대로.





“생일 축하해, 브라운!”

실내가 밝아지며 폭죽이 터졌다. 오늘은 브라운의 생일. 친구들은 브라운을 축하하기 위해 작은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했다.

샐리가 브라운에게 다가가 고깔을 씌웠고 코니는 브라운 얼굴 모양(이라 추정되는)의 정성 가득한 수제 케이크를 내밀었다. 레너드와 문이 브라운을 위해 준비한 생일축하 MR을 틀자 초코와 팡요는 스페셜 브이로그 촬영을 시작했고, 제임스는 과할 만큼 화려한 무대 의상을 뽐내며 생일 축하 노래를 열창했다.

브라운은 친구들의 진심 어린 축하에 감동했다. 브라운은 생일을 손꼽아 기다린다거나 생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생일을 좋아했다. 생일은 주인공과 축하해주는 친구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쁨을 나누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생일파티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모두가 브라운을 향해 저마다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선물을 건넸다. 브라운은 한 명 한 명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선물 언박싱을 시작했다.

브라운이 선물 박스의 포장지를 북 뜯어 열어보았다. 초코의 선물은······ 스웨터였다!

초코는 브라운에게 어울리는 걸 사기 위해 라인타운 쇼핑센터를 스무 바퀴나 돌았다고 했다. 회색 바탕에 반듯한 격자무늬의 스웨터였다.

브라운은 스웨터를 몸에 대고 모델처럼 포즈를 취해 보였다. 비록 브라운의 생일은 한여름이고, 자신의 옷장 안에 있는 열아홉 장의 스웨터가 생각났지만, 기뻤다.



다음은 샐리 차례였다. 샐리의 선물은 텀블러였다!

“나 역시 브라운 취향에 맞는 걸 사기 위해 라인타운 쇼핑 스폿을 서른 바퀴나 돌았지!”

브라운은 텀블러를 들고 차를 마시는 시늉을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곤 탁자 아래에 있던 스물네 개 정도의 텀블러를 보이지 않게 발로 치웠다.



마지막은 코니의 차례였다.

“내 선물은 조금 소박해.”

코니가 브라운에게 건넨 선물은 다소 작았다. 이렇게 손바닥만 한 박스에 들어 있을 수 있는 선물은 무선 이어폰, 자동차 키, 다이아몬드 정도가 아닐까. 고가의 제품이 틀림없어 보였다.

브라운은 좀 더 조심스럽게 박스를 열었다.





‘혹시 무선 이어폰일까, 무선 이어폰일지도 몰라, 무선 이어폰이겠지, 무선 이어폰이 내게 왔네!’

두근거리는 맘으로 코니의 선물 박스를 뜯은 브라운. 코니의 선물은 연필이었다!

브라운은 혹시 스마트펜일까 싶어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평범한 4B 연필이었다. 코니는 최근 다시 연필을 쓰면서 그림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면서 직접 그린 브라운의 초상화를 보여주었다.

브라운은 고마움의 인사를 건넸다.



한편 선물을 들고 오지 않은 제임스는 조금 특별한 선물을 주기 위해서라 말했다. 브라운을 위해 자신의 성 일부를 증축해 브라운관을 선물해주겠다고 했다. 완공은 2032년이었다.

선물 증정식이 모두 끝나고 브라운은 친구들과 함께 생일파티를 즐겼다.





파티가 끝난 늦은 밤. 브라운은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을 방 한 켠에 모아놓고 바라보았다. 스웨터도 텀블러도 연필도 너무나 고마운 선물이었다.

그러나 브라운은 다소 심란해진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전부 다 브라운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선물은 주는 마음이 더 예쁘고 고마운 것이라는 걸 브라운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깊은 밤 불쑥 찾아오는 잡념을 막기란 어려웠다.

‘다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결국 브라운은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져들었다.

‘혹시 내가 나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안 하는 걸까?’

브라운은 그동안 자신의 표현 방식이 꽤 서툴렀던 게 분명하다고 느꼈다.

사실 선물하는 입장에서 보면 샐리의 생일은 참 편했다. 샐리는 생일 일주일 전부터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을 랩으로 부르고 다녔기 때문이다.

“외제차도 좋지만 네가 주는 마카롱이 더 좋아! 요즘 필요한 건 인공지능 스피커! 나를 놀라게 해줘, 서프라이즈! 손편지는 울리지 심금, 더 좋은 건 그 안에 든 현금, 그거면 돼!”

브라운은 샐리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친구들에게 명확히 말해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았다.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어릴 적 산타클로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해보라고 했을 때조차 ‘산타가 주고 싶은 거라면 뭐든’이라고 대답했던 브라운이었다.



브라운은 불안함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제까지고 연필과 스웨터를 좋아하는 착하고 지루한 친구로 기억될 것 같았다.

브라운은 자신을 제대로 어필해야겠다는 결심에 이르렀고, 그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먼저 브라운은 자신의 SNS 계정에 접속했다. 프로필 정보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있었네!’

브라운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리며 적기 시작했다.

‘코니, 샐리, 초코, 레너드······.’

브라운은 친구들의 이름을 적었다.

‘이게 아니잖아!’

브라운은 다시 적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음식, 코니가 좋아하는 파스타. 좋아하는 색깔, 샐리의 노란색······.’

브라운은 정신을 집중하자고 몸을 들썩거리며 다시 적어나갔다.

‘취미, 롱보드 타기. 좋아하는 음식, 연어 스테이크. 잘하고 싶은 거, 브레이크댄스와 디제잉.’

브라운은 만족스럽게 SNS 프로필 수정을 완료했다. 이 정도의 정보라면 분명 친구들도 자신이 어떤 친구인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잠시 후 친구들에게서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브라운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친구들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브라운! 네 SNS 계정 해킹당했어!”

브라운은 샐리의 메시지에 그만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해킹이 아니야! 내가 쓴 거라고!’

브라운은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난 연필과 스웨터만 어울리는 친구가 아니야! 나도 초코 못지않게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브라운은 이러느니 차라리 친구들 앞에서 툭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으로 몇 번씩 할 말을 되뇌며 씩씩거리며 나갔다가 곧 다시 돌아왔다.

‘아냐. 그랬다간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게 될지도 몰라.’



브라운은 샐리가 준 텀블러로 차를 마시며 친구들이 준 선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안에 녹차 티백이 들어 있었다. 브라운은 녹차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향을 맡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스웨터, 텀블러, 연필······ 따뜻하고, 포근하고, 소박한 느낌이 전해졌다. 친구들이 자신에게 떠올리는 이미지를 느낄 수 있었고, 그 마음이 고마웠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초코가 트렌드에 대해 얘기할 때 말이 통하는 오빠, 샐리만큼 통통 튀는 반전 매력을 지닌 친구, 코니 앞에서 영화배우처럼 멋진 남자친구가 되고 싶었다.



브라운은 조금 더 대담해지기로 했다.

‘더 표현하자. 나를 드러내자. 브라운 너의 다채로운 컬러를 세상에 보여주는 거야!’

브라운은 힙합 스타일의 모자를 쓰고 샤워 가운과 자신의 옷을 믹스매치해 입고 밖으로 나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코니를 향해 브라운은 ‘피스’를 의미하는 손 모양을 하며 인사했다. 자신의 소울이 분출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뿌듯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코니는 그런 브라운을 보자 놀라며 뛰어왔다.

“브라운! 대체 무슨 일이야! 누가 우리 브라운을 힘들게 한 거야!”

브라운은 그날 친구들에게 다시 위로의 연필과 스웨터와 녹차 그리고 향초를 받을 수 있었다.

‘이게 아닌데!’

그날 밤. 향초를 태우며 브라운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브라운은 할 수 없이 마지막 수단을 쓰기로 했다.



며칠 뒤 브라운은 제임스의 카페에 모인 친구들에게 티켓을 한 장씩 나눠주었다. 티켓을 받은 친구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브라운이 왜 우릴 클럽에 초대한 걸까?”

영문도 모른 채 클럽에 도착한 친구들은 무대 중앙에 설치된 부스에서 디제잉을 하는 브라운을 발견했다.

브라운은 현란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관중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혼을 빼고 있었다. 어느새 브라운은 이 클럽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브라운을 보고 깜짝 놀란 친구들도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리듬에 맞춰 몸을 들썩였다. 브라운은 선글라스 너머로 회심의 표정을 지었다.





“브라운! 너 완전 멋지다!”

디제잉을 끝내고 돌아온 브라운에게 친구들은 감탄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브라운은 기뻤다. 무작정 친구들이 자신을 알아주기만을 바라는 게 아니라, 먼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며칠 후, 친구들은 브라운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멋진 클럽 공연에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준비한 선물을 건넸다.

친구들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선물을 본 브라운은 뭉클해졌다. 지난 며칠간의 고민이 떠올랐다. 친구들이 자신을 잘 모르는 건 아닌지, 주는 것은 쉬운데 받는 것은 왜 이리도 어려운지,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던 브라운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 친구들은 변함없이 항상 자신의 곁에 있었다. 항상 브라운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려고 고민하는 최고의 친구들이었다. 브라운은 선물을 하나씩 뜯어보았다.

코니는 힙합 뮤지션 캐릭터가 그려진 연필, 초코는 화려한 스팽글이 달린 스웨터, 샐리는 그린티프라푸치노 분말을 선물했다. 제임스는 2032년 완공될 브라운관을 금으로 도금하겠다고 했다.

선물을 받은 브라운은 깨달았다.

자신의 친구들은 선물 하나만큼은 아주 고집스러운 취향을 가졌다는 걸 말이다.





브라운은 휴일을 평온하게 보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를 위해선 몇 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먼저 공간을 편안한 분위기로 세팅했다. 거실 가득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과 가습기가 만들어주는 적당한 습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미디움 템포의 음악. 테이블 위 풍성한 거품의 카푸치노와 달콤한 도넛.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햇살 가득한 라인타운의 풍경까지.

준비를 끝낸 브라운은 소파와 한 몸이 된 채 느슨하게 기대앉아 여유를 만끽했다.





모든 게 완벽했다. 그때까지는. 브라운은 오늘의 날씨를 간과했다. 느긋하게 창밖을 바라보던 브라운은 오후의 태양에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더니 한 줄기 번개가 내려치는 걸 목격했다. 번개를 직격으로 맞은 나무는 두 동강이 나버렸다. 번개가 만들어낸 섬광이 브라운의 얼굴을 비췄다. 브라운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브라운은 서둘러 일기예보를 확인했다.

“오늘은 모처럼 나들이 가기 좋은 화창한 날씨가 될 전망입니다. 간혹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번개를 맞을 가능성은 홀인원 후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적다고 합니다. 이상, 날씨였습니다.”



일기예보를 확인한 브라운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거실에서 비상식량인 과자와 음료를 잔뜩 챙겨서는 급히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속으로 재빠르게 뛰어올라 이불 속에 몸을 숨겼다. 번개처럼 빠른 속도였다. 이불 속에 들어간 브라운은 헤드셋을 착용하고 음악을 틀었다. 헤드셋을 통해 신나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브라운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번개라니······ 마른하늘에 번개라니······.’



브라운은 번개를 무서워했다. 브라운은 그 사실을 친구들에게 처음 들켰던 순간을 회상했다.

친구들과 함께 자신이 무서워하는 것을 말하면 손가락을 접는 게임을 하던 날이었다. 게임의 승자는 단연 브라운이었다. 공포영화, 귀신의 집, 높은 곳, 카드 값. 제각각 무서워하는 것을 말하며 손가락을 접었지만 브라운은 웬만한 일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브라운을 보며 어떻게 무서운 게 하나도 없느냐며 부러워하고 감탄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작스럽게 번개가 쳤고 브라운은 몸이 고장 난 듯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반복했다. 그 모습을 본 친구들은 크게 웃었다. 그날 친구들은 왜 번개를 무서워하냐고 몇 번이나 물었다. 하지만 브라운은 대답할 수 없었다.

수치스러웠던 순간이 떠오른 브라운은 이불 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어 창밖을 바라봤다. 여전히 번개가 치고 있었다.

얼마 후 또다시 번개가 내리쳤다. 번쩍임과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창밖에 거대한 병아리 모양의 그림자가 비춰졌다.

‘······샐리?’

잠시 후 샐리는 브라운의 집에 들어와서는 브라운이 파묻혀 있던 이불 속으로 쏙 들어왔다.

“브라운! 역시 집에 있었네! 휴. 집에 혼자 있으려니까 무서워서 여기로 왔어! 사실은 나도 번개를 무서워하거든!”

브라운은 샐리의 말에 놀랐다. 샐리가 번개를 무서워하다니 동질감을 느꼈다.

샐리는 자신이 번개를 무서워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라인타운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있어. 번개 치는 날에 라인타운을 찾아온다는 수호신이 있거든. 엄청나게 거대하지만 실체는 누구도 본 적이 없다고 해. 다들 옛날이야기려니 하는데, 실은 나는 어릴 때 번개 치는 날에 돌아다니다가 전설의 수호신의 거대한 그림자를 본 적이 있어! 그림자만 봤지만 정말 집채 만 하게 크고 둥글었어. 그때부터 번개 치는 날이면 수호신이 뭔가를 심판하러 올까 봐 겁이 난달까. 딱 오늘처럼 번개가 치는 날이면······!”





샐리의 말을 들던 브라운은 울상을 짓더니 갑자기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샐리는 갑작스러운 브라운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언뜻 브라운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샐리는 후다닥 브라운을 뒤쫓았다.

브라운이 집을 나가자마자 엄청난 번개 소리와 함께 노란 섬광이 번쩍였다. 샐리는 브라운에게 내리꽂는 번개를 보곤 놀라 소리쳤다.

“브라운!!”



집에서 꽃꽂이를 하며 딸꾹질을 하던 보스는 우렁찬 번개 소리 때문에 딸꾹질이 멎었다. 하지만 무심코 창밖을 보자 다시 딸꾹질이 시작됐다. 창밖에 10미터 정도 크기의 커다랗고 동그란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늘이시여!!”



브라운은 엄청나게 거대해져버렸다. 번개를 맞으면 몸이 거대해져버리는 것은 브라운의 비밀이었다. 샐리가 보았다던 그림자의 정체는 전설의 수호신이 아닌 바로 브라운이었다.

커져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며 울상을 짓던 브라운은 샐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번개 때문에 샐리가 다친 것은 아닐까. 아니면 자신이 커다란 발로 샐리를 밟은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그때 어디선가 낭랑한 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브라운 대단해! 엄청 커졌잖아?”





브라운은 놀라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봤다. 자신의 어깨 위에 샐리가 서 있었다. 브라운은 손가락으로 샐리를 들어 확인했다. 다친 데는 없어 보였다. 브라운의 마음도 살포시 놓였다.



하지만 브라운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번개를 맞으면 몸이 커져버리는 비밀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실수로 번개를 맞은 날이면 언제나 거대한 몸을 이끌고 정체를 들킬까 봐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라인타운을 서둘러 빠져나가곤 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브라운은 커져버린 자신이 너무도 이상하고 부끄러웠다. 친구들 중 누구도 번개를 맞고 몸이 커지진 않았다. 심지어 홀인원보다 어렵다는 번개를 이렇게 자주 맞지도 않았다. 브라운은 그런 자신이 못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거대 브라운은 종종걸음으로 나무 뒤로 가서 숨었다. 하지만 몸이 너무 커서 나무로는 전혀 가려지지 않았다. 브라운은 아파트 두 채 정도는 있어야 가려질 것 같았다.





샐리는 그런 브라운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브라운.”

브라운은 샐리의 말에 고개를 살짝 돌려 샐리를 빤히 바라봤다.

“번개를 맞고 커지다니 굉장하잖아? 완전 멋있다고. 숨지 말고 나와.”

브라운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다 가리지도 못하고 숨어 있었다.



브라운은 괴물 같은 자신을 친구들이 보게 되면 분명히 이상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코니를 볼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이런 상태로는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배가 고파 뭘 먹으려고 해도 다 너무 작아서 기별도 가지 않을 게 뻔했다.

시무룩해진 브라운의 처진 어깨에 매달려 브라운을 빤히 바라보던 샐리는 휙 뛰어올라서는 딱밤을 세게 때렸다.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강력한 파워의 딱밤에 브라운은 그만 뒤로 넘어졌다.





“이건 단점이 아니야 브라운! 덕분에 할 수 있는 일도 얼마나 많은데! 봐, 구름도 만질 수 있지. 나무 정수리도 볼 수 있지. 드론 안 사도 되니 드론 값도 벌었네!”

브라운은 고개를 갸웃하며 샐리를 바라봤다. 샐리는 브라운의 정수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브라운을 라인타운의 고층 빌딩으로 안내했다.

‘빌딩······?’

샐리는 브라운에게 말했다.

“봐, 브라운. 이렇게 커지니까 빌딩 창문도 쉽게 닦을 수 있잖아. 남들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구.”

브라운은 푹신한 손에 분수대의 물을 묻혀 슥슥 닦아봤다. 잘 닦였다. 기분이 좋아졌다.

샐리는 브라운의 정수리를 톡톡 두 번 두드렸다.

“자, 또 갈 곳이 있다!”



그다음 샐리와 함께 간 곳은 라인타운의 활주로였다.

“자 브라운, 여기서 손을 쭉 뻗어봐. 그리고 흔들어봐!”

브라운은 교통경찰처럼 손을 흔들었다. 비행기들은 브라운의 수신호를 보고는 편하게 이착륙할 수 있었다. 브라운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 뿌듯하고 설레는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그 기분은 샐리에게도 전해졌다.



브라운은 커져버린 자신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친구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브라운은 샐리를 라인타운 앞에 살포시 내려줬다.

“내려서 보니 어마어마하다. 이제부터 널 메가 브라운이라고 부르겠어!”

브라운은 그 말에 얼굴이 빨개졌다.

‘메······가······ 브라운?! 히어로 이름 같잖아!’



해가 지자 브라운은 다시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브라운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집 안 거실은 여전히 평온한 오후의 모습 그대로였다. 게다가 메가 브라운이라는 멋진 별명까지 생긴 특별한 날이었다.

‘메가 브라운이라······ 조금 멋진걸.’

브라운은 야경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단점이라는 건 친구가 덮어주는 걸지도 몰라.’





며칠 뒤. 일기예보에서 번개가 친다는 소식이 다시 들려왔다. 브라운은 어둑어둑해진 하늘과 우르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번개를 뿜는 구름을 바라봤다.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평온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전과 다른 모습이었다. 브라운은 더는 번개가 무섭지 않았다.



잠시 후 다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번개 소리가 아니었다. 샐리가 브라운 집 현관문을 열어젖히는 소리였다. 샐리는 번개 모양 패치가 붙은 검은 옷을 입은 채 브라운을 향해 외쳤다.

“가자! 메가 브라운! 문이 회사에 늦었대! 회사로 던져주자!”

브라운은 커피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소파에 있던 노란색 번개 모양이 그려진 망토를 목에 둘렀다.

‘쇼타임!’

이제 번개 치는 날은 브라운과 샐리만의 비밀스러운 즐거움이 되었다. 어느새 브라운은 번개에 대한 두려움도, 번개를 맞고 커져버리는 자신에 대한 고민도 새하얗게 잊어버렸다.





“3, 2, 1! 해피 뉴 이어!”

새해가 밝았다. 친구들은 해마다 그랬듯이 함께 모여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다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기쁨과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저마다 새해 계획과 소망을 말했다.



브라운에게도 한 가지 계획이 있었다. 바로 라인타운에 버려진 낡고 오래된 캠핑카를 고치는 일이었다.

브라운은 몇 달 전, 공터를 지나가다 버려진 캠핑카를 목격했다.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던 브라운에게 보스는 버려진 캠핑카에 담긴 사연을 말해줬다.

“꽤 오랫동안 여기 있었어. 지금은 낡아서 버려졌지만 전설적인 모험가가 남기고 간 캠핑카야. 그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여기 홀로 남겨졌지.”



새해가 시작됐지만 공터에 버려진 캠핑카에겐 새로운 계획이나 소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브라운은 캠핑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버려진 첫 해에는 그저 조금 낡고, 뭔가 사연이 있을 법했을 것이고, 그다음 해에는 녹이 슬어 흉물이 되었을 것이며, 그다음 해에는 모두의 기억에서 잊혔겠지.

브라운은 버려진 캠핑카에게도 새해의 활력을 심어주기로 결심했다.



브라운은 매일 아침마다 공터로 가서 캠핑카를 고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달리지 못했던 캠핑카는 꽤 많은 부분이 녹슬고 고장이 나 있었다. 브라운은 온몸에 검은 때를 묻혀가며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수리를 해나갔다. 친구들은 브라운이 캠핑카와 씨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코니가 물었다.





“브라운, 버려진 캠핑카는 왜 고치려는 거야? 그냥 폐차장에 맡겨도 될 텐데.”

브라운은 대답 대신 캠핑카의 멋진 엔진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브라운은 캠핑카에 시동을 걸었다. 거친 소음과 함께 시동이 걸렸다. 그러자 캠핑카 안에 있던 내비게이션에도 불빛이 들어왔다.

내비게이션엔 영문을 모를 한 장소가 저장되어 있었다. 코니가 내비게이션을 가리키자 브라운도 빤히 바라보았다. 주소만 봐서는 전혀 모르는 장소였다.

“여기가 어딜까?”

브라운은 그 물음에 답할 순 없었지만, 한 가지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이 캠핑카가 가려고 했던 마지막 여행지가 아닐까?’

코니는 골똘히 생각에 빠진 브라운을 바라보며 생각을 읽었다.





“브라운. 여기 가보고 싶은 거야? 전설적인 모험가의 마지막 여행지? 완전 낭만적이다!”

코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캠핑카의 엔진이 쿨럭쿨럭 하더니 펑 하고 터져버렸다. 엔진에선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브라운은 소화기를 들고 능숙하게 불을 껐다. 내비게이션 화면도 꺼져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브라운은 묘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모험가의 마지막 여행지는 어디였을까. 브라운은 하루빨리 캠핑카를 완벽하게 고치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다.



“전설적인 모험가의 마지막 여행지! 그곳으로 함께 떠날 원정대원 누구인가!”

코니는 친구들에게 브라운이 캠핑카를 고치려는 이유에 대해서 말해줬다. 내비게이션에 담겨 있는 정체 모를 장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꿈꾸는 환상의 여행지를 떠올리며 단꿈에 젖었다.

“랜덤 캠핑이라니······ 내 버킷리스트를 수정해야겠어!”

제임스의 외침에 샐리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함께 듣던 초코, 팡요, 레너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제임스는 이국적인 해변가를, 코니는 신비로운 대자연을, 팡요는 대나무가 빼곡한 멋진 숲을, 레너드는 환상적인 설원과 오로라를 상상했다. 초코는 어느 셀러브리티가 소유한 섬에 가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고, 샐리는 꿈에서 본 의문의 저택에 가는 상상을 펼쳤다.



다음 날도 브라운은 여전히 캠핑카의 엔진을 고치기 위해 씨름하고 있었다. 이때 샐리가 브라운을 찾았다. 정비복을 입은 샐리는 캠핑카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래서 어느 세월에 고장 난 부분을 찾겠어?”

샐리는 캠핑카를 공 굴리듯 휙휙 굴리기 시작했다. 브라운은 샐리 덕분에 캠핑카에 고쳐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샐리가 차를 돌리는 통에 그만 엔진이 떨어져버려 완전히 박살 나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야, 이제 엔진만 고치면 되잖아?”



이때 제임스와 팡요가 나타났다. 제임스는 고장 난 엔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이미 엔진이 문제일 줄 알았지. 그래서 우리가 유머감각은 없지만 손기술은 좋은 친구들에게 엔진을 부탁해놨지.”

제임스는 품격 있게 박수를 두 번 쳤고, 그 신호에 하늘에서 드론 네 대가 하늘을 가로질러 나타났다. 네 대의 드론은 최고급 엔진을 내려놓았다.



브라운은 제임스와 샐리, 팡요의 도움으로 캠핑카에 새로운 심장을 달 수 있었다. 브라운은 설레는 마음으로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제대로 시동이 걸렸다. 마침 코니와 초코, 레너드도 브라운을 찾았다. 각자 세차 도구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타이밍 좋게 온 것 같네! 깔끔하게 청소해야 모두가 탈 수 있겠지?”





새로운 엔진을 달고, 외관을 깔끔하게 닦고 내부도 새롭게 꾸민 캠핑카는 새것과 다름없었다. 완전히 새로워진 캠핑카를 보며 모두가 감탄했다.

브라운을 비롯한 친구들은 내비게이션 앞으로 모여 의문의 목적지를 확인했다. 모두가 알지 못하는 장소였다. 친구들은 저마다 더욱더 이 미스터리한 여행지에 대한 환상에 휩싸였다.

“브라운, 언제 떠날 거야? 저 랜덤 플레이스로 말야.”

샐리가 물었다. 샐리는 질문을 던지고 브라운이 입을 달싹이기도 전에 스스로 답했다.

“난 오늘. 바로 지금. 다 준비 됐어.”

그건 다른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코니는 휴가를 썼다고 답했고, 제임스는 카페를 잠시 동안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두들 새해의 새 기운을 가득 불어넣어줄 랜덤 플레이스로 출발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브라운과 친구들은 내비게이션에 찍힌 장소를 향해 낮이고 밤이고 멈추지 않고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낯선 풍경은 각자가 꿈꾼 여행지를 떠올리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라인타운을 빠져나가자 먼저 바다가 나타났다. 끝도 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초코는 자신이 꿈꾸는 셀러브리티의 환상적인 섬에 가까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뒤엔 침엽수로 뒤덮인 산이 보였다. 팡요는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끝없이 펼쳐질 대나무숲을 그려보았다. 숲에서는 이름 모를 새들이 캠핑카를 반기며 함께 활강하기 시작했고, 이를 본 코니는 신비로운 대자연의 보고가 곧 나타나리라 확신했다. 숲을 지나 나타난 드넓은 황무지는 샐리로 하여금 심장이 쫄깃해지는 모험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해가 진 후 하늘을 수놓은 별들 사이로 신비한 오로라가 나타나주지 않을까 레너드는 내심 기대했다.



그저 어딘가로 캠핑을 떠나는 여정만으로도 친구들 모두가 꿈에 부풀 수 있었다.

말은 안 했지만 브라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브라운은 마치 과거 라인타운에 살았다는 전설적인 모험가가 된 것만 같았다. 브라운은 모험가의 마지막 여정을 자신이 이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설렜다.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내비게이션의 알림음에 모두가 들뜬 마음으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저마다 꿈에 그리던 멋진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브라운은 불안한 마음에 몇 번이나 내비게이션을 살폈지만 목적지 근처가 맞았다. 그제야 목적지가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장소면 어떡하나 걱정에 휩싸였다.

“이상하네. 여기는 뭐 그리 멋진 풍경이 없는걸?”

코니가 불안해했다.

“전설적인 모험가의 마지막 여정이니까 분명 반전이 있을 거야!”

샐리의 말에 제임스는 의문을 표했다.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 나의 섬세한 후각이 고통 받고 있어. 우리 위험한 곳으로 가는 건 아닐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캠핑카가 정차한 곳은 아무것도 없는 공터였다. 동이 트기 전 새벽이라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코니의 말에 샐리는 손전등을 키고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저기! 저기 뭔가가 있네! 집이다!”

모두가 샐리가 가리키는 집으로 향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허름한 주택 옆에는 작고 오래된 차고가 있었다.

“뭐야? 그냥 집이잖아? 이런 허름한 빈집에 가는 게 모험가의 마지막 여정이었다고?”





제임스는 실망한 기색으로 차고를 살폈다. 차고 안 외벽에는 사진이 몇 장 붙어 있었다. 사진을 바라본 브라운은 알 수 있었다.

‘고향이구나, 모험가의 집. 캠핑카의 차고. 마지막 여정은 집에 돌아가는 거였구나.’



브라운은 손전등으로 차고 안의 사진을 가리켰다. 사진 속에는 캠핑카와 모험가의 모습이 있었다. 이제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전설적인 모험가의 마지막 여행지는 바로 집이었다. 캠핑카는 집에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캠핑카를 집으로 데려다준 거네.”

브라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운은 캠핑카를 차고 안에 주차시킨 뒤 가지고 온 짐들을 챙겨서 바깥으로 나왔다.



코니가 가지고 온 캠핑 장비, 샐리가 챙겨 온 넉넉한 식재료, 레너드가 싸들고 온 버스킹 악기들, 숱한 바캉스 장비들이 차고 앞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브라운은 여정의 끝이 차고였다는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때 어디선가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마시멜로 냄새였다. 브라운이 씁쓸해하던 사이 샐리는 어느새 캠핑 장비를 꺼내놓고 마시멜로를 굽고 있었다.

“누가 캠핑에서 씁쓸한 맛을 내는가? 그럴 시간에 마시멜로나 구우시지!”



신나게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아침 해가 방긋이 떠올라 있었다. 브라운은 굴러다니는 젬베를 세우고 둥둥 연주를 시작했다. 친구들은 또다시 재미있는 거리를 찾았다는 듯 저마다 버스킹 장비를 집어들었다.

코니는 기타를, 초코는 트라이앵글을, 레너드는 리코더를, 샐리는 마이크를 잡았다. 긴 막대기를 든 제임스는 휙휙 저으며 지휘를 시작했고, 둥둥거리는 젬베 소리를 시작으로 즉흥 연주가 시작됐다.

흥겨운 음악은 꼭 고향으로 귀환한 캠핑카를 향한 작별 인사처럼 들렸다.





그리고 작별 인사를 누군가는 환영 인사로 들은지도 몰랐다. 버스킹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낯선 여행자의 트럭이 친구들 앞에 정차했다.

브라운과 친구들은 낯선 여행자의 트럭에 몸을 맡긴 채 무사히 라인타운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뒤돌아 멀어져가는 트럭을 바라보며 브라운은 생각했다.

‘어디든 함께할 친구가 있다면, 모험할 준비는 이미 끝난 게 아닐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마저도 흥미진진한 모험 같을 테니까.’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1

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1판 1쇄 인쇄 2020년 1월 20일

1판 1쇄 발행 2020년 2월 3일



지은이 이정석

펴낸이 김영곤

펴낸곳 아르테



문학사업본부 본부장 손미선

문학콘텐츠팀 이정미 허문선 김지현 | 윤현아

디자인 도미솔

문학마케팅팀 배한진 정유진

영업본부 이사 안형태

영업본부 본부장 한충희 문학영업팀 김한성 이광호

제작팀 이영민 권경민



출판등록 2000년 5월 6일 제406-2003-061호

주소 (우 10881)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01(문발동)

대표전화 031-955-2100 팩스 031-955-2151



ISBN 978-89-509-8679-7 (05810)

전자책 정가 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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